시민단체들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검찰에 공동으로 고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17개 시민단체는 5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 누설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사법피해자 공동고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사법농단 수사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이날 고발에는 전국철도노동조합 KTX열차승무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등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판결의 피해 당사자들도 다수 참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재임 시절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박근혜 정부의 성향에 맞는 재판을 유도해 청와대와 흥정한 의혹을 받고 있다.
민변 등 시민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사안의 정점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에 관해서는 아무 수사도 하지 않았고 핵심적 주관자를 놓고도 형식적 서면조사에 그쳤다”며 “세 차례에 걸친 조사에도 결국 관계자들에게 면죄부만 준 사법부 자체적 조사의 한계를 벗어나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법원의 판결로 한 번 좌절하고 재판거래 의혹으로 또 눈물을 흘렸다”며 “더 이상의 사법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검찰이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민변 등 17개 시민단체는 양 전 대법원장 외에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및 '재판 거래'에 가담한 심의관과 사건에 관여한 대법관 등도 함께 고발했다.
변호사와 법학교수 등 법률가들로 구성된 ‘대법원 사법농단 규탄 법률가 일동’도 이날 같은 장소에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법원이 재판으로 정치권력과 거래해 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했다”며 “사회적 약자들에게 칼끝을 겨눴던 판결들은 사법부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지 못한 결과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정에서 정의와 인권이 사라진 지금 우리 법률가들은 강단과 법정에서 법과 정의를 이야기할 수 없다”며 “법관 비리나 개별 재판의 문제가 아닌 이 사안의 엄중함을 알리기 위해 시국농성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판사 사찰, 재판 거래 관련 자료의 투명한 공개, 철저한 진상 규명, 범국민적 참여와 시민사회의 주도를 통한 사법부 개혁 등과 더불어 양 전 대법원장 등 관련자 전원을 구속수사해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