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보험업법 개정안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매각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삼성물산 등 다른 계열사가 그룹 내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넘겨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31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각했지만 나머지 지분을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30일 삼성전자 지분 0.42%를 매각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예정대로 자사주를 소각하면 금융계열사의 합산 지분율이 10%를 넘어 금산법 규제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현재 보험사의 국제회계감독 기준과 금산분리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에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나머지 지분도 계속 보유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특히 국회에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약 5.9%를 추가로 매각해야 한다.
정 연구원은 "금융위원회는 법 개정 전이라도 삼성생명에 삼성전자 보유지분 처리에 적극적 대책을 요구할 것"이라며 "삼성생명이 나머지 지분을 대량으로 처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5.9%를 모두 매각하면 삼성 계열사와 오너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5% 미만으로 낮아져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일가나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사들여 그룹 내 지배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그룹 내 사실상 지주회사지만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 지분을 1%만 사들여도 약 3조 원의 막대한 자금이 들어 예산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정 연구원은 그룹 내 삼성전자 최대주주가 삼성생명에서 삼성물산으로 바뀐다면 관련법에 따라 삼성물산의 지주비율에 삼성전자 보유지분 가치가 포함돼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강제로 전환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도 있다.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강제로 전환되면 지주사 요건을 맞추기 위해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십 조 원의 비용이 필요한 만큼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결국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외부 주주들에 매각할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지배력이 낮아지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셈이다.
반면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문제 해소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잔여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며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