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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철 '꾸준한 거북이가 낫다' 소신, 인바디 '후진 없는 성장'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8-05-17 14: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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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철 '꾸준한 거북이가 낫다' 소신, 인바디 '후진 없는 성장'
▲ 차기철 인바디 대표이사.
'조급한 토끼보다 꾸준한 거북이가 낫다.' 차기철 인바디 대표이사가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요약한 말이다. 

국내 기술창업 회사들은 3년이 지나면 5%만 살아남지만 인바디는 22년째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섣부른 투자를 삼가온 차 대표의 신중함이 비결로 꼽힌다.

올해도 차 대표는 해외를 중심으로 ‘우보천리(우직한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를 이어간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인바디는 국내시장을 기준으로 본 해외시장 침투율이 아직 5~30%에 불과하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3대 해외법인’이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지만 인바디가 개척한 ‘체성분 분석시장’은 여전히 해외에서 낯선 개념이다. 

하지만 차 대표는 그만큼 인바디에 성장할 여력이 많다고 바라보고 있다. 

한경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인바디는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며 “올해 미국 매출은 지난해보다 33.1%, 중국은 27.3%, 사업 초기인 유럽 및 중남미 매출은 31.6%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바디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점유율 1위인 체성분 분석기업체다. 

현재 인바디는 미국의 기존 주요 고객인 피트니스 체인점에서 전문병원으로 매출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스포츠센터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 중이고 일본은 병원과 클리닉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2016년에는 말레이시아와 인도에 법인을 설립해 동남아시아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차 대표가 개발한 체성분 분석기 ‘인바디’는 손잡이를 잡으면 전극이 흘러 근육량과 체지방량 등을 측정해준다. 

그 전에는 침대에 누워 온 몸에 전극을 붙여야 체성분을 알 수 있었고 정확도도 낮았는데 인바디의 등장으로 체성분 분석의 개념이 바뀌었다. 지금 인바디는 스테이플러를 '호치키스'로 부르듯 체성분 분석기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차 대표는 공학도 출신이다.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기계공학 석사, 미국 유타대에서 생체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기에 하버드 의대에서 바이오공학 포스트닥터(박사후 과정)까지 마쳤다. 

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생체 전기저항 분석법’ 논문을 읽은 것이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논문에는 몸에 미량의 전기를 흘려 수분량을 측정하고 체성분을 재는 방법이 담겨있었다. 

차 대표는 더 정밀한 분석이 가능한 체성분 측정기를 시장에 내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에 돌아와 창업을 준비했다.

가족들이 반대하자 '지금 아니면 내 인생의 기회가 없다'며 어렵게 설득했지만 문제는 자금이었다. 결국 전세금 5천만 원을 종잣돈 삼아 서울 삼성동의 한 지하창고에서 직원 4명과 소박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체성분 분석기시장을 재편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바디의 체성분 분석기는 1996년 출시와 함께 병원과 헬스클럽 등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기존 분석기술이 10%의 오차를 보였던 반면 인바디는 3%에 불과한 데다 기계에 올라서기만 하면 1분 만에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인바디는 첫 해 매출 1억 원에서 시작해 6년 만에 100억 원의 매출을 내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때부터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 세계 70여 국에서 인바디를 사용한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인바디 전체 매출의 69%가 해외에서 발생할 정도로 해외 수요가 커졌다.

‘학자 DNA’가 남아있는 것일까?

차 대표는 사업가로 성공한 지금도 ‘돈 벌려고 사업하지 말라’고 말한다. 머릿 속에 돈이 먼저 들어가 있으면 집중해서 경쟁력 있는 생각을 만들어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회사가 성장하면 더 키우고 싶은 것이 사업가들의 본능이지만 차 대표는 성장보다 내실에 방점을 찍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월급이 밀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남는 이익은 모두 유보금으로 쌓았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은행예금 이상의 투자도 하지 않는다. 2018년 1분기 기준 인바디의 부채비율은 8.75%에 불과하다.

차 대표는 무리한 욕심을 내는 것보다 속도는 느려도 거북이처럼 꾸준히 가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는데 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행보다. 그는 “인수합병을 통해 당장 2배, 3배 덩치를 키우는 것 보다 매년 20%씩 꾸준히 성장하면 30배가 커진다”고 자주 말해왔다.

인바디는 배당 역시 시가 배당률 0.5% 이내의 낮은 배당만 실시한다. 최대주주인 차 대표의 철학이 반영됐다. 높은 배당을 하면 지분이 높은 최대주주만 현금을 많이 차지하게 되는 만큼 그 돈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게 투자자들에게 이득이라는 것이다.

인바디 관계자는 "인바디는 매년 매출의 10%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며 "연구개발 인력의 비율도 전 직원의 30% 수준에 이른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개인용과 가정용 체성분 분석기시장에도 눈길을 두고 있다. 인바디는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체성분 분석기 ‘인바디밴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올해는 시계형인 '인바디워치'도 내놓는다. 3월 가정용 체성분 분석기인 '인바디온'을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바디밴드 등 웨어러블(착용할 수 있는) 기기는 예상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말했다. 

차 대표 앞에 아직 먼 길이 놓여 있다. 인바디는 창업 이래 한 번도 실적이 뒷걸음질 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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