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올리타(올무티닙)’ 개발을 중단한 핵심적 이유로 ‘부작용’을 극복하지 못한 점이 꼽힌다.
한미약품이 올리타 최종 개발에는 실패를 했지만 신약 개발 도전 과정에서 경험을 축적했고 글로벌 제약사의 경쟁약인 ‘타그리소’의 국내 보험 약값 단가를 낮추는 역할을 맡아 ‘국익’과 ‘건강보험 재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 한미약품 올리타, 부작용에 발목 잡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폐암 치료제 신약인 올리타의 개발 중단 결정의 근본적 이유로 임상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 꼽히고 있다.
▲ 우종수(왼쪽), 권세창 한미약품 공동대표. |
한미약품의 올리타는 제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를 제외하면 유일한 제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였다.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에 따라 소세포암과 비(非)소세포암으로 나뉘는데 폐암 환자의 85%가 비소세포폐암이다.
폐암은 항암제가 투입되면 돌연변이가 자주 일어나 내성이 생기는 바람에 사망률이 높은데 타그리소와 올리타는 1세대, 2세대 항암제에 내성을 가진 폐암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등 글로벌시장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 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뿐이다.
한미약품의 ‘올리타’는 2016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2상을 마치고 조건부 품목(판매) 허가를 받았다. 조건부 품목허가란 난치성 질환이나 중증의 비가역적 질환을 대상으로 임상2상을 마친 의약품의 출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다.
이 덕분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내에서만 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타그리소와 올리타 등 2가지 치료제가 처방 가능했다.
올리타는 한미약품이 2015년 베링거인겔하임에 8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신약이었다. 올리타는 2015년 12월에는 국내 개발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혁신치료제로 지정되며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2016년 4월 임상2상을 마치기 직전에 올리타 임상 환자가 피부괴사로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후 다른 임상 환자들의 부작용도 보고되기 시작했다.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임상시험을 경험했던 의사로서 올리타는 생명의 위협을 초래하는 부작용은 아니지만 손바닥이 벗겨지는 탈락 현상으로 환자들이 힘들어 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2016년 9월 초에는 2015년에 있었던 임상 과정에서 숨진 환자의 사망원인이 올리타 때문이라는 보고가 뒤늦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됐다. 올리타 때문에 사망한 임상 환자가 2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베링거잉겔하임은 2016년 9월말 올리타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했다.
한미약품은 이후 중국 자이랩과 다시 올리타 기술수출 계약을 맺고 임상3상을 추진했다.
그러나 부작용을 우려한 의사와 환자들이 올리타 처방을 기피하면서 임상은 난항을 겪었고 자이랩도 올해 3월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했다.
◆ 한미약품, 실패가 아니라 성과 남겼다
한미약품은 올리타 개발을 포기하는 데 이르렀지만 여러 의미 있는 성과도 남겼다는 평가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올리타는 27번째 국산 신약이자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첫 신약이다.
한미약품은 올리타를 베링거잉겔하임과 자이랩에 기술수출하면서 두 번의 계약금을 받았다.
베링거잉겔하임으로부터는 720억 원 가량을 받았고 자이랩에게는 80억 원 가량을 받았다.
한미약품은 이런 금전적 수입 외에도 신약 개발과 글로벌제약사에 기술수출을 하면서 경험도 쌓았다.
한미약품이 올리타 개발에 나서면서 국익과 국가 건강보험 재정에도 기여를 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마땅한 대체 약물이 없는 제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였다.
글로벌 임상3상 결과 기존표준 요법보다 ‘암세포 무진행 생존기간’이 2배 이상 늘었고 아시아 환자에서 더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글로벌 임상에 참여했던 환자 5명 가운데 1명이 한국인이어서 신뢰도도 높았다.
그러나 월 1천만 원이나 되는 약값은 큰 부담이었다.
환자들과 의사들은 타그리소 건강보험 적용을 강하게 주장했고 아스트라제네카는 보험 약가 협상에서 꼿꼿했다. 대체제가 마땅히 없기에 아스트라제네카가 ‘갑’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미약품이 올리타를 조건부 품목허가로 출시하면서 경쟁에 뛰어들었고 파격적으로 약값을 제시했다. 한미약품이라는 경쟁사가 나타나자 결국 아스트라제네카도 어느 정도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지난해 11월, 한미약품의 올리타는 지난해 12월 보험약가가 타결됐다. 타그리소 보험약가는 전 세계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타그리소 환자들은 건강보험 적용 덕분에 월 34만 원가량만 부담하면 된다. 올리타 환자들은 7만 원만 내면 된다.
한미약품이 올리타 개발 중단을 결정하면서 현재 올리타정을 사용하는 환자들은 앞으로 타그리소를 처방받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이들이 똑같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기존 규정을 고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올리타 개발을 중단에 따른 구체적 절차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이날 밝혔다.
13일 한미약품의 주가는 0.18%(1천 원) 하락한 54만 원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5% 넘게 급락했으나 신약 개발 중단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시각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하락폭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