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대구은행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이어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더욱 곤궁한 처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대구은행을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박 회장의 거취에 압박을 줄 변수가 또 하나 추가됐다.
▲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
금감원 등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2016년 채용과정에서 은행 임직원과 관련된 지원자 3명의 인성점수가 합격기준을 밑돌았지만 간이면접에서 최고등급을 줘 인성전형을 통과시켰다. 이 지원자들은 모두 최종합격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들의 채용비리 의혹을 놓고 사실로 드러나면 은행장 등 경영진에게 ‘해임권고’ 등 중징계를 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 조사에서 채용비리 정황이 적발된 은행 5곳 가운데 채용비리가 있었던 시기의 은행장이 여전히 현직에 남아있는 사람은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박 회장 2명뿐이다.
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한 J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각각 KB국민은행장과 광주은행장을 지주 회장과 분리했다.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BNK금융지주 ‘주가시세 조종혐의’로 구속된 뒤 물러났다.
금융위가 함 행장과 박 회장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 회장은 검찰이 경찰에서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혐의로 신청한 박 회장의 구속영장 신청을 두 차례 연속 반려하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곧바로 ‘대구은행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과 금융위의 칼날 앞에 서게 된 셈이다.
지난해 10월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검찰수사를 앞두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박 회장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은 금감원에서 지적한 채용 3건이 모두 정상적 채용이라며 검찰조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채용비리는 최근 청년실업과 맞물린 민감한 이슈인 만큼 최근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악화됐던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역 시민단체 57곳은 1월31일부터 대구은행 각 지점 앞에서 박 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금감원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면밀히 살피고 있는 만큼 그 결과에 따라 박 회장은 더욱 궁지에 몰릴 수도 있다.
금융지주 가운데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는 곳은 DGB금융지주가 유일한 데다 박 회장은 지주와 대구은행의 이사회 의장도 함께 맡아 ‘제왕적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금감원의 주요 점검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회장은 경찰의 비자금 관련 수사를 견뎌내고 있는 만큼 사실관계가 확정될 때까지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도 버틸 가능성이 높다”며 “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