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8-01-03 16: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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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아프리카 토르투 해양플랜트를 수주하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부문 일감이 바닥을 보이고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부문에서 경쟁력이 약해진 게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어 토르투 해양플랜트 일감을 얻는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3일 “당초 토르투 해양플랜트 입찰결과가 2017년 12월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연되고 있다”며 “올해 1월 안에 발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르투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는 아프리카 국가인 모리타니와 세네갈 인근에 위치한 토르투 가스전에서 에너지원을 얻기 위한 사업으로 총 사업비가 58억 달러에 이른다.
해양플랜트 사업비 규모는 약 20억 달러일 것으로 파악되는데 우리 돈으로 2조2610억 원 정도다.
글로벌 대형 석유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이 지난해 12월 토르투 프로젝트에 쓰일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를 어느 조선사에 주문할지 발표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런 발표가 미뤄졌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해양산업 전문매체 업스트림은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이 2021년부터 LNG(액화천연가스)를 수출하려면 토르투 프로젝트에 쓰일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발주 관련 결정을 빨리 내려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토르투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앞서고 있는 후보를 꼽기는 어렵지만 다수의 프로젝트 전문가가 현대중공업과 미국 엔지니어링회사 KBR 컨소시엄을 유력한 후보로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업스트림에 다르면 KBR은 발주처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을 뿐 아니라 토르투 프로젝트의 사전기본설계(pre-front end engineering and design)도 수행했다.
토르투 해양프랜트를 다소 빠듯한 일정인 36개월 안에 건조하기 위해서 기본설계와 상세설계가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KBR컨소시엄이 이 사업을 수주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에도 KBR과 컨소시엄을 이뤄서 나르스 해상유전 개발 프로젝트에 쓰일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적이 있다.
삼성중공업은 단독으로 토르투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싱가포르 조선사인 셈코프마린, 네덜란드 조선사 SBM오프쇼어, 일본 조선사 모덱도 수주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SBM오프쇼어가 가장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토르투 해양플랜트 일감을 얻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현대중공업은 2017년 11월 말 기준으로 해양플랜트 수주잔량이 42억7500만 달러 정도 남았는데 60% 넘게 줄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3일 신년사에서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동남아, 중국회사들이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갈수록 우리의 설 자리를 좁혀오고 있다”며 “해양부문 일감이 몇 달 뒷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중공업도 절박하긴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해양플랜트부문에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수주전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이런 명성에 금이 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2017년 초부터 수주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요한 카스트버그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셈코프마린에 패배했을 뿐 아니라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에서도 실패했다”며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까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2017년 10월 말 기준으로 해양시추설비 수주잔량은 41억 달러, 해양생산설비 수주잔량은 99억 달러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해양시추설비 수주잔량은 30.5%, 해양생산설비 수주잔량은 22% 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