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수 KB생명 사장 내정자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비은행사업 강화 기조에 따라 앞으로 생명보험사 인수에 적극 나설 수 있다. 허 내정자가 KB금융에서 인수한 기업들의 통합작업을 전담했기 때문이다.
22일 KB금융지주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허 내정자가 국민은행 부행장으로 임명된 지 1년 만에 KB생명 사장에 내정된 점을 놓고 인수합병의 사전준비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말이 나온다.
KB생명은 3분기까지 순이익 233억 원을 냈는데 비슷한 자산규모인 KB캐피탈(1044억 원)의 20%가량에 머물렀다. 생명보험업계 전체를 살펴봐도 총자산 기준 17위에 불과하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연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생명보험을 KB금융의 취약분야로 들면서 “좋은 매물이 있으면 (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허 내정자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현 KB증권)의 인수후통합(PMI) 실무를 총괄했다.
인수후통합은 기업을 인수한 뒤 합병하기 전에 인력과 사업, 조직체계 등을 합치고 다시 정리하는 작업을 말한다. 인수합병 성과를 내는 데 중요한 절차로 꼽힌다.
허 내정자는 2015년 1월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단에 인수후통합추진단 조사역으로 들어가 업무를 담당했다.
KB손해보험은 1~3분기에 순이익 3154억 원을 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늘었다. 이 순이익은 KB금융의 비은행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다.
허 내정자는 KB금융지주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였던 2016년 현대증권을 KB금융의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KB금융지주는 당시 현대증권과 주식을 맞바꿔 100% 자회사로 만드는 방식으로 통합 KB증권의 출범을 준비했는데 허 내정자가 실무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관계자는 “허 내정자는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의 인수후통합작업 과정에서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그 과정에서 보험 분야를 경험했던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허 내정자는 KB손해보험에서 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을 맡아 경영관리를 총괄했다. 김병현 전 사장이 물러나자
양종희 현 사장이 2016년 3월 선임될 때까지 사장대행을 맡기도 했다.
허 내정자가 지주사, 은행, 손해보험사의 최고재무책임자를 두루 맡았던 경험을 살려 우선은 KB생명의 재무건전성을 확충하는 데도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료 지급에 대비해 쌓는 책임준비금(보험부채)을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2021년에 도입되는 만큼 KB생명은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KB생명은 9월 기준으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지급여력(RBC)비율 203%로 집계됐다. 안정선 200%를 넘어섰지만 업계 평균 257%를 밑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생명보험사를 인수합병하기 위해서는 우선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자본금을 확충해야 한다”며 “허 내정자가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무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