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조직개편과 그에 따른 인사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데다 밖으로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정 부회장 승계와도 맞물려 있다.
현대기아차는 2월 신사업 발굴과 미래 혁신기술 개발을 전담하는 전략기술본부를 신설하면서 지영조 부사장을 본부장으로 영입한 데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기아차가 2017년 들어 부쩍 해외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도 정 부회장의 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06년 직접 나서 폴크스바겐 총괄 디자이너 출신이었던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을 데려올 정도 해외인재 영입에 욕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에만 알렉산더 셀리파노브 제네시스 유럽디자인팀 디렉터, 이진우 지능형안전기술센터장 상무, 사이먼 로스비 현대차 중국디자인담당 상무, 피에르 르클레어 기아스타일링담당 상무, 올렉 손 기아차 중국디자인담당 상무, 파예즈 라만 제네시스 아키텍처 개발실장이 GM, 부가티, 벤틀리, BMW 등 해외 완성차회사에서 현대기아차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차그룹이 12월을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본격화할 경우 이에 따른 인사이동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2월을 대기업의 자발적 개혁 시한으로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은 6월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 그룹 경영인과 처음 만난 뒤 11월 초 롯데를 더한 5대 그룹 경영인과 중간점검 성격의 간담회를 열었다.
김 위원장이 11월 초 간담회에서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의지에 여전히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대차그룹은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김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와 공식석상에서 꾸준히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지배구조, 일감몰아주기 등을 지적해왔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해야하며 정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아 승계 자금줄로 꼽히는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2016년 말부터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데다 2017년 들어 현대기아차 판매부진이 깊어지면서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데 방점을 두고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글로벌 운영조직을 개편하면서 대규모 임원 보직이동 인사를 실시한 점도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변화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아직 건재한 데다 연륜이 많은 부회장단이 경영일선에서 뛰고 있어 현대차그룹이 정기 임원인사에서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 부회장이 올해 들어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차, 신사업 등 관련 임원들이 승진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