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대규모 인사이동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한 만큼 SK그룹은 올해 연말인사의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상 최대실적을 내고 있는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임원인사에서 ‘논공행상’ 차원의 보상이 나올 수도 있다. 
 
SK그룹 연말인사에서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이 싹쓸이할까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17일 SK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최 회장은 SK그룹 연말 정기인사를 12월 중순 경에 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지난해 12월21일 정기인사를 실시하는 등 매년 12월 중순 경 인사발표를 해왔다.

SK그룹 전반적으로 임원인사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하지만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승진인사가 있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이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성과에 따른 보상이 있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 21조819억 원, 33조7070억 원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8.05%, 14.5% 증가했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은 주가도 연 초에 비해 각각 80%, 40% 가량 상승했다. SK그룹은 올해부터 CEO 평가에 회사 주가를 반영하는 핵심 성과지표(KPI)를 도입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해에 승진한 만큼 현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올해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실적도 좋은 데다가 김 사장은 61년생으로 SK그룹 사장단에서 나이가 적지 않은 편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부터 SK이노베이션을 맡고 있는데 정철길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도 SK이노베이션 사장으로 임명된 지 1년 만인 2015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적 있다.

다만 김 사장은 2015년 SK에너지 대표를 맡으면서 처음 사장에 올랐는데 사장으로 승진한지 2년 만에 부회장까지 오르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분석도 있다.

김 사장은 현재 SK에너지 사장까지 겸직하고 있는데 이 자리를 후임자에게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이 배터리와 화학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SK이노베이션경영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조기행 SK건설 부회장은 실적부진의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SK건설은 지난해 각자 대표체제에서 조 부회장의 승진과 더불어 단독경영체제로 개편됐다.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효율적 경영을 하려는 결정으로 풀이됐는데 올해 SK건설의 실적은 오히려 악화했다. 
 
SK그룹 연말인사에서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이 싹쓸이할까

조기행 SK건설 부회장.


SK건설은 세분기 연속으로 실적이 뒷걸음질했다. 3분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각각 4%, 16% 줄었는데 10대 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 다음으로 영업이익 감소폭이 컸다. 

조 부회장은 지난해 SK건설의 흑자전환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10대 건설사 전문경영인 가운데 유일하게 부회장에 올랐기 때문에 올해의 실적부진은 더욱 뼈아플 수 있다.

장동현 SK 사장이나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자리를 그대로 지킬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서로 자리를 맞바꿨는데 모두 좋은 경영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K와 SK텔레콤은 실적과 주가 모두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장 사장은 SK의 ‘글로벌투자전문지주사’ 전환작업을 추진하고 있고 박 사장은 이르면 내년부터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맡은 과제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당분간은 자리이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관계자는 “아직 연말 인사의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며 “지난해보다 인사이동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인사가 발표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