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스케어 매각이 성사될 수 있을까?

국내 제약회사가 시장가치 1조 원에 이르는 CJ헬스케어의 인수를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외사모펀드가 인수에 참여하거나 CJ그룹이 상장 후 지분을 매각하는 등의 대안을 선택할 가능성도 나온다.

◆ 국내 제약회사, CJ헬스케어 끌어안을 가능성 낮아

8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이 지분 100%를 들고 있는 CJ헬스케어는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 데다 신약 출시를 앞두고 있어 앞으로 매각이 어떻게 진행될지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CJ그룹, CJ헬스케어 매각 타진하다 상장으로 선회할 수도

▲ 이재현 CJ그룹 회장.


CJ제일제당은 3일 제약회사 CJ헬스케어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직원들에게는 “CJ제일제당과 CJ헬스케어가 모두 웃을 수 있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회사들이 우선 인수후보로 떠오르지만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를 위해 1조 원을 투자할 여력을 갖춘 회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서 매출규모가 가장 큰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 1조3207억 원을 거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한양행은 ‘신약개발에 미흡한 회사’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신약출시를 앞둔 CJ헬스케어에 눈독을 들일 수 있다”며 “다만 오너경영이 아닌 전문경영인을 두고 있는 점이 대규모 인수결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규모를 보면 녹십자 1조1979억 원, 한미약품 8827억 원, 종근당 8319억 원 등으로 CJ헬스케어를 인수하기 버거워 보인다.  CJ헬스케어의 중요한 매출원인 ‘수액제’를 판매하고 있는 JW중외제약은 지난해 매출이 4674억 원에 그친다.

물론 해외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몸집이 큰 다국적 제약회사가 1조 원 넘는 대규모 거래에 나선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제약회사 엘러간은 지난해 1조 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보유한 토비라를 인수했다. 엘러간은 6월 자회사 엘러간 세일즈LLC를 통해 ‘켈러 메디컬’을 인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휴젤은 베인캐피탈을 등에 업고 있는 만큼 인수에 투자할 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베인케피탈은 75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굴리고 있는 글로벌 사모펀드다. 베인캐피탈은 7월 휴젤의 지분 45.32%를 차지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 해외 사모펀드 매각이나 기업공개 재추진 가능성도 충분

국내외 제약회사 입장에서 CJ헬스케어가 그다지 매력있는 매물이 아닐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해외 사모펀드가 CJ헬스케어를 인수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CJ헬스케어는 다양한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고 실적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잠재력 높은 신약’을 개발하고 있지 않다는 평가도 듣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약업계에서 혁신적 신약개발은 기업가치를 몇백 배 띄울 수 있는 만큼 매출이나 자산규모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며 “오히려 대규모 투자를 할 여력이 충분한 해외 사모펀드가 CJ헬스케어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이 매각 대신 '상장을 통한 지분매각'이라는 우회적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CJ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금마련을 필요로 하는 만큼 CJ헬스케어의 상장을 빠르게 추진하는 방안이 현실적일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CJ헬스케어 지분 100%를 들고 있는데 자금확보가 시급하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국내외 식품회사의 인수합병과 설비구축 등에 투자를 늘리며 재무건전성이 약화됐다.

CJ그룹은 CJ헬스케어 매각을 끝내는 시점을 ‘내년 초’로 잡았는데 6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는 점도 CJ그룹이 매각 대신 다른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할 수 있다.

CJ헬스케어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한 사항은 CJ헬스케어가 아닌 CJ그룹과 CJ제일제당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며 “매각뿐 아니라 상장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J그룹이 일단 CJ헬스케어를 상장한 뒤 일부 지분을 경영권 프리미엄과 묶어 매각할 경우 상당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J헬스케어는 지난해부터 상장을 추진해왔지만 무산됐다. 올해 초 기업공개를 추진할 당시에는 기업가치가 1조 원으로 평가됐다.

CJ그룹은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하면서 제약사업을 시작했다. 2006년 한일약품을 인수한 뒤 2014년 물적분할을 통해 CJ헬스케어를 독립법인으로 설립했다.

CJ헬스케어는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인 ‘테고프라잔’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항혈전제 ‘씨제이티카그렐러정’도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임상시험에서도 꾸준히 결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헬스케어는 지난해 매출 5208억 원, 영업이익 679억 원을 냈다. 2015년보다 매출은 12.4%, 영업이익은 26.6% 늘어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