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하성용 전 사장이 검찰에 긴급체포돼 구속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핵심경영진 김인식 부사장이 사망하자 경영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최악의 위기, 해외사업 축도 무너져

▲ 김인식 한국항공우주산업 해외사업본부장 부사장.


김인식 부사장이 목을 매 숨졌다는 소식이 21일 오전 알려지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평소 인품이 훌륭해 직원들로부터 사랑받았던 임원”이라며 “직원들도 김 부사장의 죽음을 매우 슬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의 느닷없는 죽음이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더 큰 짐으로 지워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방산비리 수사가 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 전 사장이 사임하면서 두 달 넘게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 부사장은 현재 사장 직무대리를 맡은 장성섭 개발부문장 부사장과 함께 경영공백을 메워왔는데 이번에 사망함으로써 비상경영체제마저 크게 흔들리게 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사장선임이 이뤄지기 힘든 환경을 감안할 때 어수선한 기업 분위기를 다잡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의 사망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방산비리 의혹과 무관하지 않다고 해석하는 여론도 큰 부담이다.

김 부사장은 하 전 사장과 경북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 하 전 사장의 핵심 측근으로 전해진다. 이를 고려할 때 김 부사장이 하 전 사장의 경영비리 의혹 대부분을 꿰뚫고 있지 않았겠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검찰은 애초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개발비리나 경영비리 의혹과 관련해 김 부사장을 수사선상에 올린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검찰수사가 김 부사장을 겨냥할 수 있다는 심적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최악의 위기, 해외사업 축도 무너져

▲ 한국항공우주산업 서울사무소.


지난해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자살했을 때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관련한 의혹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모든 것을 안고 가려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부사장은 3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는데 하 전 사장과 한국항공우주산업 직원들에게 “열심히 잘 해보려고 했는데 누를 끼쳐 미안하다”는 마지막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해외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동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최근 검찰이 방산비리 수사와 관련해 추석 전후에 수사결과를 내놓겠다는 방침을 세우자 조만간에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했다. 수사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더라도 경영의 불확실성은 제거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검찰수사가 일단락되면 한국형기동헬기 수리온 수출사업을 재개하고 사업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사업)에도 전력투구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해외사업본부장을 맡으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과 수리온 등의 수출에 핵심역할을 했던 김 부사장이 사망함으로써 수출전선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