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이 최근 CEO를 교체한 뒤 D램에 투자를 대폭 줄이고 낸드플래시에 역량을 집중하는 체질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대로 D램의 수요증가에 대응해 증설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어 글로벌 D램시장을 양강구도로 재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얼리스트는 21일 홈페이지에 분석자료를 내고 마이크론이 낸드플래시 분야에 시설투자를 집중하며 사업구조에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가 5월 취임한 뒤 D램보다 낸드플래시의 성장성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로트라는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웨스턴디지털에 인수된 낸드플래시 전문기업 샌디스크의 CEO를 지냈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3위 기업을 총괄한 경험을 마이크론에서 재현하려 하는 셈이다.
마이크론은 그동안 D램의 생산효율과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미세공정기술 도입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뒤처지며 경쟁력 확보에 고전해왔다.
마켓리얼리스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9월 들어 D램 공급가격을 30% 정도 높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마이크론은 고객사들과 가격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파악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 홈페이지에 따르면 2분기 세계 D램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점유율은 73.5%, 마이크론은 21.6%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론이 D램 대신 낸드플래시에 투자를 집중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더욱 상승하며 시장판도가 사실상 한국 반도체기업들의 양강구도로 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켓리얼리스트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D램 신규투자에 나서는 대신 2019년까지 전환투자를 통해 미세공정 비중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D램의 기술적 특성상 미세공정기술의 비중이 높아지면 수율문제 등으로 전체 생산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어 마이크론의 출하량은 지금보다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삼성전자는 기존 낸드플래시공장을 D램으로 전환하고 SK하이닉스는 중국 D램공장을 증설하는 추가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생산량을 늘리며 마이크론의 점유율을 빼앗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의 이탈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증설해도 D램시장에서 공급과잉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아진다.
D램익스체인지는 “마이크론은 유일하게 D램 시설투자계획을 내놓지 않았고 현실적으로 추가투자에 나설 여력도 부족하다”며 “D램 업황호조가 최소 내년까지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크론의 전략변화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사업을 위협할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마이크론의 낸드플래시 기술력과 새 CEO의 능력이 모두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마켓리얼리스트는 “마이크론은 3D낸드 기술에 가장 먼저 나섰고 생산수율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 뛰어난 것으로 분석된다”며 “내년부터 출하량을 본격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마이크론이 자금여력이 부족해 지난 회계연도 시설투자규모도 6조 원 미만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크게 못 미쳤던 만큼 공격적인 투자를 벌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에만 2021년까지 약 30조 원에 이르는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역대 최대인 9조6천억 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낸드플래시에 집중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