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금호타이어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됐다. 금호타이어 지원 여부는 부실대기업 구조조정의 원칙을 다시 세운다는 점에서 이 회장에게 첫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12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금호타이어 경영진이 채권단에서 요구한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며 “채권단이 이르면 다음주에 주주협의회를 열어 자구계획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구조조정 새 잣대에 금호타이어 올리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이 회장은 취임한 지 이틀 만에 채권단의 금호타이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됐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의 주거래은행이라 채권단 주주협의회에 소속된 금융회사 8곳 가운데 가장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의 지속가능한 경영 가능성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보고 있다. 그는 11일 취임식에서 기자들에게 “기업이 10~20년 살 수 있다는 전망이 보이면 끌고 가겠다”며 “그것이 구조조정을 받는 기업과 채권단은 물론 지역과 국가경제를 위한 길”이라고 밝혔다.

금호타이어는 보유한 현금이 바닥나 채권단의 마이너스통장 격인 당좌대월을 쓰고 있다. 전체 채무금액도 2조3천억 원에 이르는데 여기 포함된 중국법인의 차입금 7660억 원은 현지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도 포함돼 채권만기를 늦추기 어렵다.

그러나 금호타이어가 부진에 빠진 가장 큰 이유로 중국법인의 대규모 손실이 꼽히는 만큼 관련 사업을 정리하면 실적이 중장기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채권단 일각에서 나온다.

박 회장도 자구계획안에 중국공장 매각을 포함해 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금호타이어의 대우건설 지분매각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내용이 7월에 냈던 자구계획안과 크게 다르지 않아 산업은행 등에서 보완을 요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경영분석이나 실사를 추가적으로 실시하고 검사결과를 자구계획안과 함께 살펴 최종적인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채권단에서 자구계획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 회장 입장에서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불가피한 점은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금호타이어를 박 회장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보는 데다 지역 여론도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11일 취임식에서 ‘원칙에 따른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취임 이전에 매체와 SNS 등에 기고한 글에서도 국책은행의 부실대기업 지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산업은행 노조가 12일 내놓은 성명에서 “이 회장은 11일 취임식을 앞두고 노조원들과 만난 토론회에서 정부의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에 당당하게 ‘NO’라 말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의 중국공장 매각 등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계획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박 회장이 얼마나 실효성있는 방안을 내놓는지가 결국 채권단의 금호타이어 지원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