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헌 동서그룹 회장이 동서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난다. 후계 구도도 구축되지 않는 상황에서 김상헌 회장이 돌연 등기임원직 사임을 밝히자 등기임원 보수 공개를 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적 해석이 꼬리를 물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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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환 동서식품 회장(오른쪽)은 지난해 말 동서식품 회장에 선임되면서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왼쪽)과 2인 회장체제로 동서식품을 이끌어왔다. |
25일 동서그룹에 따르면 동서는 다음달 정기주주총회에서 다음달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나는 김상헌 회장의 후임으로 이창환 동서식품 회장을 선임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동서식품 회장에 선임되면서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과 2인 회장체제로 동서식품을 이끌어왔다.
김상헌 회장은 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등기임원직을 이례적으로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동서 사내이사진에는 신임 이창환 사장을 비롯해 3명의 전문경영진이 포진하게 된다. 동서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상헌 회장의 등기임원 사임이 보수 공개를 피하기 위한 ‘위장 사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올해부터 연봉 5억원이 넘는 상장사 등기임원 보수 공개를 의무화 했다.
동서그룹 창업자인 김재헌 명예회장은 장남 김상헌 회장에게 동서를, 차남 김석수 회장에게 동서식품을 맡아 경영하게 하면서 동서그룹은 그동안 2세 형제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
지주사 동서는 그룹 내 유일한 상장회사로 지난해 9월 기준 동서식품 50%, 동서유지 48%, 동서물산 62.5%, 성제개발 43%, 대성기계 48%, 동서실업 100%, 동서음료 17% 등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동서식품은 동서와 미국 크래프트사가 반반씩 지분을 보유한 합작회사다. 동서그룹은 주력사 동서식품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가 협력관계를 이루고 있는데 동서는 동서식품에 포장재 및 다류 제품을 납품하고 동서유지와 동서물산은 커피믹스 제품 판매를 맡고 있다.
김상헌 회장이 동서 등기임원직을 내놓으면서 2세 형제경영체제를 유지해오던 동서그룹의 경영구도도 겉으로는 재편된다. 장남 김종희씨가 지난해 상무이사직에서 사임하면서 김상헌 회장의 후계자 자리는 공석 상태다.
하지만 동서가 겉으로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더라도 실질적인 영향력은 여전히 김상헌 회장이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석수 회장이 그룹 전체를 장악하기에는 지분율에서 김상헌 회장보다 많이 뒤쳐져있는 것도 이런 전망을 내놓게 한다.
동서의 최대주주는 김상헌 회장으로 지난해 9월 기준 23.66%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아내 한혜연(3.21%), 장남 종희(9.34%), 장녀 은정(3.21%), 차녀 정민(3.14%)씨가 보유한 지분을 더하면 김상헌 회장 가족의 총 지분율은 42.56%다.
반면 김석수 회장 가족은 김석수 회장(19.99%), 아내 문혜영(2.01%), 장남 동욱(1.60%), 차남 현준(1.41%) 등 총 25.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