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호’가 출범한 지 올해로 7년차에 접어들었다. 정 회장은 2008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직을 수행했다. 당시 만 35세였다. 정 회장은 유통계 황태자라 불렸던 롯데 신동빈 회장이나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보다 먼저 경영권을 승계받았다.


◆ 범 현대가 3세 경영 스타트 끊은 ‘은둔형 황태자’

  현대백화점 형제경영은 유지될까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 회장은 정몽근(73)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다. 정 회장은 1997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하면서 그룹 일을 시작했다. 당시 재계는 정 회장이 빠르게 경영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증명하듯 정 회장은 2001년부터 20003년까지 매년 승진을 거듭해 후계구도를 거의 확정지었다.


정 회장은 2003년 1월 그룹총괄부회장에 임명됐다. 부회장에 임명된 후 그해 2월부터 2005년 6월까지 아버지인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현대백화점 지분 17.1%를 넘겨받았다. 정 회장은 이로써 최대주주에 올랐다.


정 명예회장은 2006년 건강을 이유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사실상 정 회장이 그룹 전반을 총괄하게 됐다. 1년 뒤 2007년 12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 회장은 그룹회장에 올랐다. 당시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경영구조의 효율화를 위해 정 부회장이 공석이던 회장직을 넘겨받았을 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가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경영 전면에 곧바로 나서지 않았다. 경청호 현대백화점그룹 총괄부회장이 그룹을 총괄했다. 정 회장은 그룹 경영과 관련한 중요한 사안에만 관여했다. 정 회장은 여러 인터뷰 때마다 “40세가 되면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기초체력 확보를 중시했다. 경쟁사가 적극적으로 백화점 신규 출점에 나서는 동안 정 회장은 보수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갔다. 이런 덕분에 현대백화점은 재무상태는 개선됐고 2010년에는 1조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할 수 있었다. 2003년 150%대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그가 40세가 됐던 2011년 40%대로 떨어졌다.


정 회장은 ‘40세 예고’를 입증이라도 하듯 2012년 1월 패션업체인 한섬을, 2013년 6월에는 가구업체인 리바트를 잇달아 인수했다. 두 회사 모두 쉽게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바트는 그나마 범현대가 특판을 통해 반등하는 추세지만 한섬은 여전히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정 회장은 이들 기업 때문에 정신적 고통도 많이 겪었다. 정 회장은 지난해 8월 자신이 인수한 한섬과 관련해 위장계열사 의혹에 시달렸다. 이보다 앞선 2012년 11월에는 골목상권 침해 문제로 국정감사에 소환됐으나 불응했다가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현재 본업인 유통업에 온힘을 쏟고 있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기존 경영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43세다. 전면에 나서겠다고 한 나이에서도 3년이나 흘렀다. 지난달 27일에는 정 회장을 보좌하던 경청호 부회장을 물러나게 해 오너경영체제를 완벽히 구축했다. 올해 행보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현대백화점 ‘형제경영’은 올해도 유지되나

  현대백화점 형제경영은 유지될까  
▲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겸 현대홈쇼핑 사장
현대백화점그룹도 LG그룹과 같은 형제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형제경영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교선(41) 그룹기획조정본부장 겸 현대홈쇼핑 사장이 2011년 12월 현대백화점 부회장에 올랐다. 당시 38세였던 정 부회장은 정 회장의 남동생이다. 업계에선 정 부회장이 정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해줄 것으로 내다봤다.


정 부회장도 형과 마찬가지로 승진을 거듭해 일찍부터 경영권 승계 대열에 합류했다. 2004년 현대백화점 부장으로 입사한 뒤 2006년 상무, 2007년 전무, 2008년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백화점이 계속 형제경영을 유지할 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백화점 사업을, 정 부회장은 홈쇼핑과 식품사업을 맡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 회장은 2013년 9월 기준으로 백화점 지분을 17.09%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정 부회장은 백화점 지분이 없다. 대신 정 부회장은 9.51%의 홈쇼핑 지분과 3.14%의 현대HCN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 HCN은 홈쇼핑에 꼭 필요한 방송 담당 회사다.


그러나 계열분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그린푸드의 경우 정 회장이 12.67%를, 정 부회장이 15.28%의 지분을 보유해 아직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어 계열분리가 말 그대로 쉽지 않다.


현대백화점 측에서도 형제경영체제를 유지해나갈 것임을 계속 강조해왔다. 분리설이 처음 나올 무렵인 2011년 현대백화점 측은 “유통업은 타업종에 비해 계열사 간의 시너지가 크다”며 “이미 공동경영을 합의한 만큼 분가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형제경영 구도의 변화는 열려있다. 올해 정 회장이 실질적으로 오너경영의 전면에 나서 기대에 걸맞는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일찍 3세경영에 들어간 만큼 형제경영 체제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현대가에서는 정지선 정교선 형제를 제외하고도 경영에 전면적으로 나선 사촌들이 많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경우 정의선(45)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대기하고 있다.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대표의 아들인 정일선(45), 정대선(38) 두 형제도 경영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형인 정일선 사장은 비앤지스틸 대표이를 맡고 있고, 동생 정대선 사장도 현대비에스엔씨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