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유통사업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유통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주택경기에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확보한 현금자산을 바탕으로 올해 유통사업 강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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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
현대산업개발은 CJ그룹과 손잡고 올해 3월부터 용산에 있는 현대아이파크몰을 증축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유통자회사인 현대아이파크몰은 기존건물 양쪽에 6만4천㎡의 공간을 증축하기로 했는데 이는 백화점 1개 동과 맞먹는 규모다.
현대아이파크몰은 이번 증축에 모두 1천억 원을 쓰고 올해 안에 증축작업을 끝내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현대산업개발이 현대아이파크몰 등 유통부문에서 지난해 영업이익 300억 원 정도를 거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다.
정 회장은 현대아이파크몰의 증축이 끝나면 HDC신라면세점과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CJ그룹이 증축된 공간에 CJCGV의 상영관과 이벤트파크 등을 조성하고 HDC신라면세점이 올해 상반기 루이비통과 디올, 불가리 등 명품브랜드 등을 유치하면 해외관광객은 물론 국내고객을 끌어오는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대아이파크몰은 현재 수원 아이파크시티 5차 상업시설도 분양하고 있다. 현대아이파크몰은 이 곳에 들어설 상가 2곳 중 1곳을 직접 임대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현대아이파크몰이 사업영역을 백화점사업과 상가임대업 등으로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이 대규모상가를 지어 고객을 끌어오면 상권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면서 부동산가치도 오를 것으로 바라본다.
정 회장은 2015년 비전2020을 발표하면서 “현대산업개발이 유통업에 뛰어든 목적은 부동산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주택사업에 편중됐던 사업영역을 상업개발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현대아이파크몰의 매출을 2020년까지 1조2천억 원으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는데 이는 현대산업개발 전체매출의 20%를 넘는 규모다. 정 회장이 유통부문을 사업의 중심에 놓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유통사업은 최근 3년 동안 흑자를 내는 등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통사업에서 매출 1433억 원, 영업이익 327억 원을 냈는데 2015년보다 매출은 7.6%, 영업이익은 24.8%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주택사업에서 매출 2조8845억 원과 영업이익 4052억 원을 거둔 것을 감안하면 유통사업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은 편이다.
정 회장이 호텔신라와 손잡고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HDC신라면세점도 올해 1월에 월단위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2015년 말에 문을 연 면세점 가운데 월단위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은 HDC신라면세점이 처음이다.
유통사업이 성장세를 이어갈 경우 현대산업개발은 국내 주택시장의 변동과 관계없이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2013년 국내 주택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1479억 원을 냈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의 체질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을 받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의 성장세가 앞으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대산업개발의 성장전망을 놓고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주가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자사주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는데도 지지부진하다. 현대산업개발이 1월11일부터 3월23일까지 상장주식의 2.65%에 해당하는 200만 주를 사들였는데도 같은 기간 주가가 9.6%나 빠졌다.
증권업계는 이를 놓고 주택분양이 앞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해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