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를 미룬 채 지주사로 전환하면 의미있는 수익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어려울 것으로 지적됐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9일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지주사 전환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캐피탈, 부동산관리회사 등 작은 금융사는 이익기여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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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 |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가능하면 이른 시일 내에 수익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행장이 제시한 자회사 구성안에 증권과 보험을 후순위로 미룬 점을 놓고 지주사 전환의 실익을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캐피탈, 부실채권투자회사(FNI), 부동산관리회사 같은 작은 규모의 회사부터 인수합병(M&A)을 시작하고 보험사 및 증권사 인수는 후 순위로 미룬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우리은행의 과점주주가 증권업과 보험업 회사들이 대부분이기에 이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유진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IMM 사모펀드(PE) 등이 우리은행의 과점주주다.
한국금융지주, 키움증권 등 증권사들은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결정할 때 우리은행 채널을 활용한 시너지 연계 영업도 염두에 두고 투자했는데 우리은행이 보험이나 증권에 뛰어드는 것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증권과 보험이 비은행부문에서 핵심 계열사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우리금융지주가 안정된 수익원을 확보하려면 굵직한 계열사 확보가 필요하다. 특히 은행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는 자산관리(WM)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증권사 확보는 필수적이다.
이 행장이 과점주주를 설득해 증권과 보험사를 인수한다 해도 우리은행의 구미에 맞는 매물이 현재 시장에 없는 점도 문제다.
최 연구원은 “추후 증권·보험사를 인수해 비은행 부문 다각화를 시도한다고 해도 은행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규모와 경쟁력을 지닌 잠재매물이 많지 않아 수익성을 높일 여지가 크지는 않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시장에는 현재 하이투자증권과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골든브릿지증권, ING생명, KDB생명 등이 매물로 나와 있지만 우리은행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장 인수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만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며 “매력적인 회사가 있다면 인수를 고려해보겠지만 검토할 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해 우리금융지주(가칭) 밑에 둘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종금이 증권사가 되면 우리종금에게만 영구적으로 보장된 ‘종금 라이센스’를 잃는 것이기에 이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업계에서 그 방안을 많이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그 안은 시나리오일 뿐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