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국 ING생명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ING생명의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이 3년 동안 ING생명의 외형과 내실을 함께 끌어올린 만큼 기업공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기업이 상장에 성공한 사례가 아직 없는 데다 공모주시장이 얼어붙은 점 등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정문국, 새 임기 첫 과제는 기업공개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사장은 새 임기의 첫 과제로 상반기에 ING생명의 기업공개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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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문국 ING생명 사장. |
ING생명의 지분 100%를 보유한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ING생명을 매각하려 했지만 협상에 어려움을 겪자 기업공개를 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정 사장은 2월 안에 한국거래소에 ING생명의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국거래소에 상장심사 간소화(패스트트랙)도 신청해 5월 안에 상장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증권과 모건스탠리에게 ING생명의 기업공개 대표주관사를 맡긴 데 이어 미래에셋대우와 골드만삭스를 공동주관사로 추가 선정해 주관사단도 보강했다.
주식액면분할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액면분할이란 주식의 액면가액을 일정한 분할비율로 나누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 주당 가격은 낮아지고 주식 수는 늘어나게 돼 주식 거래량을 늘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상장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지분(구주매출)의 50%만 시장에 내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지분 50%는 제3자에게 한번에 매각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방식으로 기업공개가 이뤄질 경우 증권업계의 전망치를 종합해보면 ING생명의 공모규모는 1조5천억 원가량, 시가총액은 2조7천 억~3조 5천 억 원대로 추산됐다.
ING생명 관계자는 “아직 상장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들이 정확하게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다만 계획한 일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기업의 첫 상장 사례 될까
정 사장은 2014년 취임한 뒤 3년 동안 ING생명의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려 ING생명이 기업공개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ING생명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9월 기준 31조원으로 2013년보다 7조 원 늘었다. 순이익도 2015년 말 3천 억 원으로 집계돼 2013년보다 62% 증가했다.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도 지난해 9월 기준 346.23%로 나타났는데 다른 생명보험회사들과 비교할 때 자본확충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아직까지 사모펀드(PEF)가 최대 주주인 기업이 기업공개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은 부담이다.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기업의 경우 상장된 뒤 사모펀드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지분을 팔아버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동안 상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사모펀드인 VIG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삼양옵틱스는 지난해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공모가 결정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낮은 가격이 제시되자 상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국내 공모주 시장이 박근혜 게이트 등의 여파로 위축된 데다 상장한 생명보험회사들의 주가가 최근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과 신지급여력비율제도 도입 등에 영향을 받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ING생명 관계자는 “회사 자체의 내실이 다져진 만큼 상장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면 기업공개를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