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의 증가세가 심상찮다.

코스피가 랠리를 이어감에 따라 신용잔고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증시 활황 타고 원전·2차전지·조선 테마주에 몰린 '빚투', 변동성 확대 땐 대규모 손실

▲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3조 원을 넘어섰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신용매수는 주가 상승 시기에는 이익을 불려주지만, 하락 시엔 큰 손실을 떠안게 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연내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0월17일 기준 국내 주식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약 23조8800억 원이다.

올해 초 15조5739억 원과 비교하면 2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사상 최고치였던 2021년 9월 25조6500억 원에도 거의 근접했다.

신용거래융자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거래를 뜻한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 활황 속 빚을 내서라도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랠리가 길어지는 동안 보유 현금이 부족해져 대출을 받아서라도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신용거래로 매입 규모를 늘리면 ‘지렛대(레버리지) 효과’로 상승장에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경우 큰 손실을 떠안게 될 수 있어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현재 테마주로 불리는 종목들에서 신용잔고 비중이 높은 상황”이라며 “테마주는 변동성이 높아 신용거래에 주의해야한다”고 짚었다.
 
증시 활황 타고 원전·2차전지·조선 테마주에 몰린 '빚투', 변동성 확대 땐 대규모 손실

▲ 한국거래소가 신용융자 거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실제로 NH투자증권에 따르면 17일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두산에너빌리티(신용잔고 비중 2.35%) 에코프로(1.83%) 한화오션(1.24%) 등의 신용거래 잔고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원전·2차전지·조선 등 테마주로 각광받고 있다.

신용거래는 레버리지 효과뿐 아니라 반대매매 위험성도 존재한다.

반대매매란 주식 가격이 크게 하락해 담보 비율이 낮아지면 증권사가 해당 포지션을 강제적으로 청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용거래를 하지 않았을 경우 주가가 회복할 때까지 주식을 보유하며 기다리면 되지만, 반대매매가 행해질 경우 낮은 가격에 주식이 팔리게 돼 복구가 불가능해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객 가운데 단기 급락 이후 회복될 것임을 예상했음에도 반대매매로 청산 당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반대매매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추가로 증거금을 더 투입해야 하는데, 현금이 부족해 신용거래를 이용한 고객이 추가 자금을 조달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용거래의 이자율도 시중 은행보다 높아,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매수를 사용하는 고객 대부분이 단기 차익 실현을 예상하지만, 주가가 하락해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게 될 경우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차라리 은행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현실적 조언을 건넸다.

한국거래소는 “신용융자와 같은 레버리지 투자는 주가 상승기에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나, 시장상황이 예측과 다를 경우 손실이 급격히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신용융자는 담보비율 하락 시 보유주식이 낮은 가격에 청산될 수 있기 때문에, 주가하락 후 상승 기회가 오더라도 이를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