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건설이 개발사업자로 처음 참여한 미국 텍사스 태양광 개발사업의 착공에 들어가면서 지난 3월 발표한 '트랜지션 리더' 계획 실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에너지 분야에서 도급 및 시공이 아닌 지분 투자를 통한 개발사업으로 수주 기회를 더욱 넓혀가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 미국 태양광 개발 착수, 이한우 '에너지 트랜지션' 전략 속도 붙어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분 투자를 통한 태양광 개발사업자로서 에너지 사업 전 영역에서 수주 기회를 더욱 넓혀가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


11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개발사업자로서 첫 발을 내디딘 미국 텍사스주 대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미국 텍사스주에 350MWac(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루시(Lucy) 프로젝트'에 들어갈 태양광 모듈 공급 계약을 신재생 통합솔루션 기업 탑선과 전날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루시(Lucy) 프로젝트'에 팀코리아를 통해 참여했다. 이번 탑선과의 계약으로 현대건설은 루시 프로젝트에서 담당한 역할 가운데 하나인 '태양광 모듈공급'을 해결한 셈이다.

루시 프로젝트는 최근 7500억 원 규모의 금융조달을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착공에 들어갔다. 앞서 2023년 8월에는 프로젝트펀드 투자계약 및 사업권 인수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5월에 계통연계 실사 및 전력계통 연계 계약 등 현지 전력망 운영을 위한 각종 인허가를 마쳤다.

현대건설은 루시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 태양광 건설사업에서 처음으로 시공이 아닌 개발 역할을 맡으면서 장기 수익성을 더욱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현대건설은 루시 프로젝트에서 시공이 아닌 개발단계와 지분 투자 및 태양광 모듈 공급과 기술 검토에 참여했다. 시공은 미국 건설사인 프리모리스가 담당한다.

현대건설은 이번 지분 투자를 통해 태양광 발전소가 가동되는 35년 동안 판매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전력 생산 규모는 연간 약 926GWh로 월평균 30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약 26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 태양광 발전소가 생산한 전력은 준공 후 35년 동안 스타벅스(Starbucks), 워크데이(Workday)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에 판매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미국 정부의 태양광 규제 강화도 피해가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달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최종 서명했다.

OBBBA에는 미국 태양광 현지 투자를 이끈 투자세액공제(ITC)와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감세 조항이 담겼는데 2032년까지 유지할 예정이었던 발전용 세액공제 폐지는 2027년 말로 앞당겨졌다.
 
다만 루시 프로젝트는 2027년 6월 준공이 계획돼 세액공제 폐지에 해당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취임한 이한우 대표는 올해 초 건설에서 에너지 회사로의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건설이 에너지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해외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사업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3월 개최한 '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CEO Investor Day)'에서 에너지시장의 폭발적 확대를 사업 확대 기회로 삼아 에너지 시장을 선도하는 '트랜지션 리더(Transition Leader)'가 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 즉 생산과 저장·운송, 활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핵심 역할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건설은 '글로벌 키 리더(Global Key Leader)'로서 중동 및 아시아 중심에서 선진시장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고부가가치 사업과 시장 안정성 등을 고려해 북미 및 유럽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건설은 고부가가치 기술 기반 사업으로 모빌리티 및 데이터센터와 함께 태양광 사업을 꼽았다.

이 대표는 인베스터데이에서 미국에서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으로 텍사스 태양광, 즉 루시 프로젝트를 언급했는데 이번에 착공에 들어가면서 속도가 붙은 셈이다.
 
현대건설 미국 태양광 개발 착수, 이한우 '에너지 트랜지션' 전략 속도 붙어

▲ 현대건설이 개발사업자로 참여한 루시 프로젝트는 2027년 6월 준공이 계획돼 미국 태양광 세액공제 폐지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연합뉴스>


현대건설은 태양광을 개발 및 시공, 운영, 중개 비즈니스 모델로 확대해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포트폴리오로 설정했다.

앞서 현대건설은 국내에서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포트폴리오 실적을 쌓았다. 

현대건설은 서산 간척지 99만3480㎡(약 30만 평)의 유휴지에 65MW 규모의 발전설비와 130MWh급 에너지저장장치를 갖춘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하며 태양광 사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현대건설은 서산 태양광 발전소를 통해 설계부터 시공,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뛰어난 시공능력 또한 입증했다.

이 대표는 태양광 뿐만 아니라 원전을 포함한 전반적 에너지 사업에서 기술협력을 통해 밸류체인을 보다 넓혀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현대건설 중장기 성장 청사진 속에 해상풍력 역시 포함시켰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현재 360MW(메가와트) 규모의 욕지 좌사리를 시작으로 태안 학암포(160MW), 태안 안면(400MW), 영광 각이(400MW), 고흥 탕건여(160MW) 등 5곳에서 해상풍력 개발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태안 학암포와 태안 안면 사업은 해상계측기 설치를 추진하면서 2027년 발전사업허가 신청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욕지 좌사리 사업이 2027년 착공을 목표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건설이 욕지 좌사리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으며 공사비는 1조 원가량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 해상풍력 실증단지인 ‘서남해 해상풍력’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공실적을 보유한 건설사로 꼽힌다. 또 유일하게 자회사 현대스틸산업을 통해 국내 최초 해상풍력 설치 전용선인 ‘현대프론티어호’ 등 전용선단을 확보해 놓고 있다.

현대건설은 직접 EPC(설계·조달·시공) 및 전력중개거래 등을 담당하면서 하부구조물 제작 및 설치는 현대스틸산업이, 자재 개발 및 공급은 현대제철이 맡는 구조로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해상풍력 분야의 수직 계열화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대형원전 분야에서는 미국 웨스팅하우스,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는 미국 홀텍이라는 기술기업과 손잡고 원전 영토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설계 수주를 통해 대형원전 수출의 기반을 쌓은 현대건설은 올해 말 코즐로두이 본계약 체결 이후 핀란드를 비롯한 유럽에서 대형원전 수주를 노리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현지 건설업계와 손을 잡고 대형원전 시장 진출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소형모듈원전(SMR)은 올해 말 착공을 앞둔 미국 펠리세이드 원전 부지 SMR-300 최초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을 바라보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루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미국 태양광을 포함한 에너지 시장 진출 확대를 가속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