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공존' 진옥동 '실천',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결 다른' ESG 경영철학

▲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각자의 ESG 경영철락을 담았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회장들이 올해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각자의 ESG 경영철학을 담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큰 틀에서 4대 금융이 목표로 하는 최종 목적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룹의 전략적 방향성과 리더십 스타일에 따라 목적지로 향하는 방법은 달라진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앞단에 위치한 최고경영자(CEO) 메시지에서 조금씩 다른 4대 금융 수장들의 ESG 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대 금융은 올해도 모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준비해 시장에 공개했다. KB·하나·우리금융이 6월30일 내놓았으며 신한금융은 7월1일 발간했다.
 
양종희 '공존' 진옥동 '실천',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결 다른' ESG 경영철학

▲ KB금융그룹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실린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CEO 메시지. < KB금융그룹 >


KB금융그룹은 양종희 회장의 인사말로 보고서 첫 장을 열었다. 양 회장이 그리는 KB금융의 ESG 전략은 ‘공존’을 향한다.

그는 “KB금융그룹은 금융 본업의 역량을 발휘해 사회와 함께하는 따뜻한 파트너십을 실천해왔다”며 “이웃과 사회와의 관계를 균형있게 헤아리며 공존을 추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 모두의 성장이 KB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길을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KB금융은 국내 1위 금융그룹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성장의 몫을 사회와 나누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CEO 메시지는 첨부된 사진에서부터 실천 중심의 ESG 철학이 드러나는 듯하다.

4대 금융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 현장 사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다른 지주 회장들이 공식적 프로필 사진을 사용한 것과 대비된다.
 
양종희 '공존' 진옥동 '실천',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결 다른' ESG 경영철학

▲ 신한금융그룹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실린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CEO 메시지. <신한금융그룹>


일각에서는 사회공헌 활동에 진심인 진 회장의 스타일이 반영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한금융의 ESG 슬로건 역시 ‘멋진 세상을 향한 올바른 실천’이다.

진 회장이 신한금융의 지속가능경영 사례로 기업들의 친환경 전환을 돕는 ‘전환금융 프레임워크’ 구축을 소개한 부분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신한금융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기업들의 ESG 경영 실천에도 기여하는 셈이라는 점에서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CEO 메시지의 첫 마디를 ‘기후변화’에 대한 고찰로 시작했다.

함 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는 우리 삶 가까이에서 더욱 뚜렷하게 체감되고 있다”며 서두를 열었다.

이어 “반복되는 집중호우는 일상이 됐고 올해 봄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은 기후 위기가 더 이상 특정 산업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대응해야 할 공동 과제임을 일깨워줬다“고 덧붙였다.
 
스스로가 느끼는 기후변화에서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기 위함이다.
 
양종희 '공존' 진옥동 '실천',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결 다른' ESG 경영철학

▲ 하나금융그룹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실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CEO 메시지. <하나금융그룹>


함 회장의 ESG 경영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금융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함 회장이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부분은 기후변화만이 아니다. 그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금융회사가 나서야 한다고 봤다.

하나금융이 2018년 시작해 2024년 마무리한 ‘100호 어린이집 건립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속가능경영이 이뤄낼 ‘미래’에 초점을 맞췄다.

임 회장은 “한 세대가 나무를 심으면 다음 세대는 그늘을 얻는다 한다”며 “현재의 1년, 5년의 성장은 향후 우리의 미래 100년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전날 보험사 인수로 종합금융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성장에 가속도를 내려는 우리금융의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의 방식을 한 번 더 돌아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양종희 '공존' 진옥동 '실천',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결 다른' ESG 경영철학

▲ 우리금융그룹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실린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CEO 메시지. <우리금융그룹>


시장에서는 ESG 경영 측면에서 4대 금융의 사회적 책임이 특히 무겁다고 평가한다. 과거 외환위기(IMF) 등 어려운 시기 공적 지원을 받은 이력을 가지고 있는 데다 가계대출 이자가 주요 수익원이라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4대 금융 수장들이 ESG 경영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는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ESG 경영이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신뢰 형성에 핵심 요인인 점도 작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 기업지배기구발전센터가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이해관계자와 신뢰 구축을 위한 핵심 영역에 대한 질문에 2022년 기준 응답자의 45%가 ESG를 꼽았다.

이후 3년 동안, 우선순위에서 ESG를 선택한 비중이 61%로 올랐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