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검찰개혁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미묘하게'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의 '속도전'을 강조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정제된 논의를 필요하다면서 차분한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속도전' 정부는 '차분', 여권 검찰개혁 '굿캅-배드캅' 역할 분담일까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여당과 정부 모두 검찰개혁 기조에는 흔들림이 없는 만큼 이른바 '굿캅-배드캅'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병기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심우정 검찰총장의 사퇴를 언급한 뒤 “검찰 개혁을 포함한 사회 대개혁은 이재명 정부 출범과 동시에 시작됐다”며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와 합심해 검찰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과 상법 개정 등에 주력하던 민주당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검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당대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정청래 의원은 강력하고 조속한 검찰개혁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개혁을 두고 "추석 전에 확실하게 끝내겠다", "추석 고향길에 검찰청 폐지 소식이 들리도록 하겠다"는 등 속도전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개혁과 관련해 '온건파'을 잇달아 기용하면서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부에서 검찰개혁을 맡을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봉욱 민정수석은 비교적 온건하고 합리적인 인물이라는 평가가 대세를 이룬다. 심지어 봉 민정수석은 문재인 정부 당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하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전날 출근길에서 당권주자들의 검찰개혁 속도전 발언을 두고 “그 분들의 주장일 뿐”이라며 국회의 논의는 물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까지 폭넓게 듣는 과정을 거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개혁의 당사자인 검찰 등과 소통하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후보자와 봉 민정수석이 정치권과 검찰 사이에서 검찰개혁의 연착륙을 위해 힘쓰지 않겠냐는 것이다.

정 후보자는 5선 의원이자 이 대통령의 38년 지기로 여당은 물론 야당과의 소통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봉 민정수석 임명을 두고도 검찰 내부 동향과 인사들에 대한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은 '속도전' 정부는 '차분', 여권 검찰개혁 '굿캅-배드캅' 역할 분담일까

▲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신현영 전 민주당 의원은 1일 YTN 뉴스나이트에서 정 후보자의 입장과 관련해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는 명확한데 이 방식과 속도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가겠다는 뜻”이라고 바라봤다.

사실 민주당은 검찰 개혁의 시동을 걸어두고 있다. 

김용민·장경태·민형배 의원 등 민주당 내 검찰개혁 강경파 의원들은 이미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등을 각각 설치하는 법안을 발의해 뒀다.

세 사람은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검찰개혁 방향과 제도 개선의 취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당권주자인 박찬대, 정청래 의원이 토론회에 참석했으며, "검찰개혁! 지금당장!"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조국혁신당은 봉 민정수석과 이진수 법무부 차관과 함께 전날 단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들 가운데 일부를 향해 날을 세우며 강력하고 조속한 검찰개혁의 군불을 떼고 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과 이규원 전략위원장은 오는 4일 ‘검찰개혁 이렇게 해야한다’는 주제로 세미나도 개최한다.

이렇게 민주당·조국혁신당과 법무부·대통령실이 온도차를 보이자 정부여당이 '굿캅-배드캅'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해석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강경하게 검찰개혁을 밀어 붙이는 ‘배드캅’ 역할을, 정부는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검찰 내부를 다독여 검찰개혁 수용성을 높이는 ‘굿캅’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국민의힘과 검찰개혁 관련 협상을 벌일 때도 유연성을 확보하기에 수월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정성호 장관 후보자도 문재인 정부 때 법무부 장관이었던 추미애, 박범계 의원과는 느낌이 다르지 않나”며 “여당 지지층 입장에서는 성이 안 찬다고 볼 수 있지만 (여권의 검찰개혁 접근법은) 입체적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전날 단행한 검찰 고위직 인사를 기점으로 검찰개혁을 위한 밑작업을 시작했다는 시각도 내놓는다. 특히 검찰개혁을 꾸준히 주장하며 국정기획위원으로 임명된 임은정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서울 동부지검장으로 승진됐다.

서용주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임은정 검사의 승진은 검찰 정상화의 과정”이라며 “검찰 인사 자체는 검찰개혁을 위한 하나의 포석이기 때문에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는 인사 정도 수준에서 판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이처럼 입체적 접근에 나선 것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JTBC 장르만여의도에서 “열성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시급한 게 검찰개혁이지만 이 대통령이 볼 때 검찰개혁도 중요하지만 민생이 엉망이고 미국과 관세협상도 해야하는데 국정동력을 검찰개혁에만 쏟을 수는 없다”며 “문재인 정부 때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개혁으로 부작용이 발생했던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정 소통 등을 거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전 부대변인도 “검찰개혁을 신속하고 강하게 해야한다는 강성 의원들 입장에서는 온도차가 있겠지만 지난 정부를 보더라도 힘으로 눌러서 개혁을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 후보자와 정부가 당의 재빠르게 (검찰을) 개혁하라는 당의 입장과 국민적 여론, 야당 입장까지 포용해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