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마음] '전쟁 수혜주'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에

▲ 우리가 무언가를 고민한 뒤 선택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는 원래 단 하루도 완전히 평화로웠던 적이 없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어디선가 전투와 폭력은 항상 존재해왔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전세계의 사람들이 주목하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 글이 나가는 시점에는 어떤 상태일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전쟁 선포와 철회, 휴전이 하루 사이에도 번갈아 들려오고, 경제와 정치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흔들린다. 복잡한 정세 속에서 우리 일상은, 너무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완전히 실감하지는 못하면서도 조용히 동요하고 있다. 

전쟁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는 ‘전쟁 수혜주’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낯선 일은 아니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 방산 관련 주식이 오른다는 건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게 전쟁 수혜주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주식에 관심이 쏠리고, 자산을 늘리기 위한 판단이 이루어진다. 주가와 기업 가치는 변동하고,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놓고 치열한 계산이 오간다.

이런 단어를 뉴스에서 마주할 때면 묘한 부조화가 느껴진다. ‘전쟁’이라는 단어 안에는 죽음, 가족의 상실, 피난, 폭격, 고통이 응축되어 있지만, ‘수혜주’라는 말은 그것을 가볍게 지워버린다. 당장 자신에게 물리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소식은 정서적인 거리를 만든다. 그 거리 덕분에 멀리서 전해지는 고통은 수치로 요약되고 시장 반응으로 환산된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투자도 그중 하나다. 그래서 누군가는 “방산주를 사야 할까, 아니면 이미 늦었을까?”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여기서 자본주의나 윤리의 문제를 깊이 파고 들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요한 건, 우리가 내리는 판단의 바탕에 어떤 감각과 사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종종 인지부조화를 일으킨다. 

전쟁이라는 비극을 인지하면서 동시에 그로 인해 수익을 기대하는 자신을 마주할 때, 우리는 마음속에서 충돌을 경험한다. 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이들은 빠르게 결론을 내린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을 더 벌려는 게 뭐가 문제지?", "시장은 냉정한 거야", 혹은 반대로 "누군가는 죽어가는데 주식 생각을 하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야" 라는 입장을 고정한다. 그러나 마음의 너무 빠른 통일은, 자신이 가진 진짜 욕구나 가치와는 어긋나 있을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건, 그 불편함을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는 일이다. 

나의 감정, 가치관, 판단의 근거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질문해보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자신만의 기준은  단순한 도덕적 판단을 넘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감각, 즉 자아 정체감의 재료가 된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려 하는지에 대한 의식이다. 

윤리적 갈등 속에서 우리는 흔히 두 방향 중 하나를 택한다. 하나는 완벽 무결하게 도덕적인 선택을 하려다가 결국 자기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도 용서하지 못하는 방향이다.

다른 하나는 반대로 도덕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냉소하며, 위선을 하느니 더 확실하고 ‘솔직하게’ 이익을 추구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하는 방향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무는 태도가 가능하며 또한 필요하다고 믿는다. 또한 고민의 결론이 무엇이든 간에, 어떤 행동이나 선택 앞에서 ‘나는 왜 이것을 하려고 하는가’를 묻는 시간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스스로의 기준을 마련하는 일, 즉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 않기로 한 이유를 나만의 언어로 설명해볼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나의 고유성을 형성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방산주를 사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성찰을 거친 결과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었는지,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혹시 너무 많은 자극과 너무 빠른 판단 속에서 그냥 휩쓸린 것은 아닌지. 우리 안에는 여전히 물어볼 수 있는 힘이 있고, 그 질문의 자리에 나만의 윤리와 정체성이 놓일 수 있다.

완벽하게 선하거나 악한 선택은 없다. 모든 소비와 투자는 크고 작은 모순을 안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고민한 뒤 선택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어느 날 우리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돌아볼 때, 가장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다.  반유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여성학협동과정 석사를 수료했다. 광화문에서 진료하면서, 개인이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책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언니의 상담실', '출근길 심리학'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