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KB금융 밸류업 공시 1년 이정표, 15년 만의 '시총 톱5' 지켜낼까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적극적 밸류업 행보로 회사 시가총액이 크게 늘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지주가 15년 만에 코스피 시가총액 5위권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5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앞장서 국내 기업 1호로 기업가치 제고계획 예고공시를 낸 지 딱 1년 만이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밸류업 최우선 행보로 주가부양에서 확실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코스피시장에서 KB금융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3.03%(3천 원) 오른 10만2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비상계엄이 있기 전 2024년 12월3일 이후 6개월 만에 종가 기준 주가가 다시 10만 원대를 보였다.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5위로 올라섰다.

국내 금융주 가운데 1등인 것은 물론 2009년(연말 종가 기준) 뒤 15년 만에 5위권에 재진입한 것이다.

이에 더해 KB금융 등 금융주는 최근 환율 안정, 대선 뒤 새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자본시장 개선책 등에 수혜를 받을 업종으로 꼽히고 있다. 또 KB금융은 올해 실적도 순이익 5조 원대를 넘어 사상 최대치 경신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주가 추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올해 시총 5위권을 굳힐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KB금융은 앞서 2000년대 초반 국민은행 시절에는 삼성전자, SK텔레콤 등과 더불어 시총 상위권을 차지해왔다. 2005년에는 삼성전자에 이어 코스피 시총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2008년 지주사체제로 전환해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뒤에도 그 해 시가총액 6위, 2009년에는 4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금융주가 전반적 약세를 보이면서 2010년에는 KB금융 시총 순위도 8위로 내려앉았다. KB금융은 그 뒤 시총 순위가 10위권 중후반대에 머물렀고 2015년에는 2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금융산업에 관한 불신과 당국의 건전성 규제 강화, IT·자동차산업분야 대형주들의 부상 등 산업과 자본시장 변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 주가 추이를 고려하면 이번 시총 5위 재진입은 오랫동안 자산가치와 실적에 비해 낮게 평가받아온 기업가치 재평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말 그대로 저PBR(주가순자산배율) 탈피의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종희 KB금융 밸류업 공시 1년 이정표, 15년 만의 '시총 톱5' 지켜낼까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2024년 10월24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 생중계에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 KB금융 실적 콘퍼런스콜 생중계 화면 갈무리 >


KB금융은 2024년 5월27일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안내공문이 발송된 당일 국내 기업 가운데 첫 번째로 밸류업 예고공시를 올렸다. 4분기 안에 중장기 자본관리, 자산성장계획, 주주환원 정책 등 내용을 담은 본공시를 하겠다는 ‘예고’였지만 가장 먼저 적극적 대응에 나서면서 의지를 보였다.

양종희 회장은 그 뒤 2024년 10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영상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양 회장은 “KB금융은 밸류업 공시를 통해 단순히 총주주환원율을 제시하는 경쟁에서 벗어나 본질적 기업가치 증대와 주주환원을 연계해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실현하겠다”며 보통주자본비율에 연계한 주주환원 강화 계획을 내놓았다. 

KB금융은 밸류업 계획 공시에 그치지 않고 연례 주주간담회, 정기 주주총회 등을 통해 밸류업 계획 이행 의지도 강조했다. 

밸류업을 최우선 경영과제로 앞세운 양 회장의 의지에 따라 꾸준히 주주환원 강화와 시장 소통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4월 KB금융이 공시한 밸류업 이행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주가순자산배율은 0.62배로 2023년(0.42배)보다 높아지면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3년 총주주환원율은 2022년 27.9%에서 2023년 38%, 지난해 39.8%로 상승했다.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뒤 시총은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KB금융 시총은 2022년 말 19조8천억 원 수준에서 2023년 21조8천억 원, 2024년 32조6천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날 종가 기준 시총은 40조1399억 원이다.

KB금융은 이행현황 공시에서 올해 연간 현금배당 1조2400억 원에 1천억 원을 추가로 집행하고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도 기존 5200억 원에서 8200억 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보통주자본비율 13.5% 초과자본을 추가 주주환원 재원으로 즉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위험가중자산(RoRWA) 개선방안 등 자본건전성 관리계획, 밸류업 프로그램 정보 페이지 신설 등 내용도 꼼꼼히 기재하고 있다.

KB금융 주가는 지난해 1월 5만 원 초반대에서 출발해 12월3일에는 종가가 10만1200원을 보였다. 국내 금융주 처음으로 주가 10만 원 시대를 열었다.

양 회장은 2024년 10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익성과 건전성, 주주가치 제고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KB금융의 지속가능 경영에 한 마음 한 뜻으로 매진하겠다”며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밸류업 기조에 맞춰 KB금융의 체질을 개선하고 KB금융의 주주환원으로 업계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