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새롭게 개발하고 있는 중국용 인공지능(AI) 칩에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아닌 그래픽용 D램 ‘GDDR7’ 메모리반도체를 탑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에 따라 GDDR에서 기술 경쟁력을 가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를 볼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엔비디아가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중국용 AI 칩의 메모리 용량은 96GB, 대역폭은 600GB/s, 초당 부동소수점 연산 횟수는 400TFLops, 사용 전력은 650W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새 중국용 AI칩 GDDR D램 탑재 유력,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호재'

▲ 삼성전자 GDDR 메모리 반도체 소개 이미지. <삼성전자 유튜브 갈무리>


대역폭이 600GB/s라는 사실은 사실상 엔비디아가 HBM을 탑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높은 대역폭을 제공하는 HBM이 탑재됐다면, 이보다 더 높은 수치가 나와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중 수출이 금지된 엔비디아의 'H20'은 HBM3를 탑재했는데, 제품의 대역폭은 4TB/s 수준이다. 새롭게 개발하는 AI 칩보다 3배 넘게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600GB/s의 대역폭을 낼 수 있는 메모리반도체는 그래픽용 GDDR D램이 사실상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새로운 중국용 AI 칩 개발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 ‘RTX50’ 시리즈에 GDDR7 초도 물량을 독점 공급해왔으며, SK하이닉스는 추후 공급사에 합류한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GDDR7 기술력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과 비교해 앞서고 있다고 평가된다. 지난 2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삼성전자가 소개한 GDDR7은 24기가비트(Gb) 용량에 업계에서 가장 빠른 42.5Gbps 속도를 기록했다.

엔비디아가 극단적으로 대역폭을 낮춘 이유는 미국은 대중 반도체 규제를 피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중국에 고성능 AI 칩 사용을 막기 위해 대역폭을 제한하는 규제를 시행했다.

H20의 수출이 제한된 후 로이터 등 외신은 엔비디아가 새로운 중국용 AI 칩 개발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국을 방문해 “(H20 수출 제한이) 엔비디아 사업에 큰 영향을 줬다”며 “엔비디아는 앞으로도 규제를 준수하는 제품 체계를 최적화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중국 시장에 대한 서비스를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 중인 중국용 AI 칩은 H20과 비교해 대역폭은 낮지만, 메모리 용량은 동일하고, 초당 부동소수점 연산 횟수와 사용 전력은 상승했다. 초당 부동소수점 연산 횟수 향상은 컴퓨팅 능력이 올라갔음을 의미한다.

H20은 4세대 HBM3를 탑재해 96GB의 메모리와 4TB/s의 대역폭, 296TFLops의 초당 부동 소수점 연산 횟수, 400W의 전력을 사용한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