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이 203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인공지능 1위 국가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경쟁에서 인공지능 반도체 역량이 큰 약점으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딥시크와 화웨이 기업로고.
중국은 정부 주도의 민관 협력 및 자금 지원으로 자국 기업의 역량은 빠르게 키우고 있다. 다만 반도체 기술을 비롯한 분야에서 뚜렷한 한계점도 파악되고 있다.
11일 미국 보안 전문 분석업체 인식트그룹 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인공지능 선두 국가로 오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식트그룹은 미국 국방부 공식 협력업체로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의 사이버 활동에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안보 전략 수립에 기여하는 기관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인식트그룹은 미국과 중국 사이 인공지능 기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는 예측을 전했다.
현재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은 미국보다 성능이 3~6개월 정도 뒤처진 것으로 파악되지만 확실한 2위 자리를 지키며 다른 국가와 격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식트그룹은 중국이 2030년 안에 미국 인공지능 기술을 추월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미 일부 분야에서는 미국을 앞서나가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인공지능 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는 일이 시급해진 셈이다.
중국은 2017년부터 인공지능 기술 패권 확보를 정부 차원의 목표로 수립한 뒤 관련 산업을 키워 왔다. 올해 초 공개된 ‘딥시크’ 인공지능 모델이 가장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딥시크는 엔비디아 고성능 반도체에 의존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과 달리 전력 및 비용 효율성이 뛰어난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이는 1957년 소비에트 연방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을 발사해 미국과 우주항공 기술 경쟁에서 승기를 잡았던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사건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인식트그룹은 중국 정부가 장기간 정책적 지원을 통해 인공지능 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관련 기업들에 투자하며 인재 확보에도 기여해 온 점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인공지능 생태계가 이미 충분히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어 민관 및 학계의 협력을 바탕으로 안정적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미국의 인공지능 기술 역량을 중국이 빠른 속도로 따라잡은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 엔비디아 인공지능 GPU 기반 데이터서버 홍보용 사진.
현재 중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은 올해 1월 기준 302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수의 기업 및 기관이 활발하게 기술 개발에 참여한다는 의미다.
인식트그룹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자체 기술력 확보에 주력해 온 점도 이러한 산업 발전을 이끄는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수 년 전부터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74개 이상의 자국 반도체 기업을 지원해 왔다.
이러한 기업들이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개발에 점차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기술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 확보에 기여하게 됐다는 의미다.
다만 인식트그룹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 한계가 앞으로 미국과 인공지능 패권 경쟁에서 치명적 약점으로 남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시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의 반도체 기술 발전 성과는 놀라운 수준이지만 아직 인공지능 산업에서 요구하는 높은 성능을 충족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반도체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인공지능 산업에 민간 투자가 제한적이라 정부 지원에 의존이 크다는 점, 전문 기술인력 확보 측면에서 미국이 중국보다 유리하다는 점도 향후 경쟁에 중요한 변수로 꼽혔다.
미국은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중국보다 유리한 반면 중국 기업들은 해외 경쟁사의 인력 유출을 통해 기술력을 높이려 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점도 지적됐다.
인식트그룹은 최근 SK하이닉스 전직 직원이 반도체 기술 정보를 화웨이에 유출하려다 적발돼 기소된 사례도 중국의 무리한 인력과 기술 유출 시도에 예시로 들었다.
다만 인식트그룹은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과학 분야 연구개발 지원을 축소하고 외국 학생들의 비자 취득을 어렵도록 하는 정책이 이어진다면 중국과 인공지능 경쟁에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을 전했다.
이는 중국과 인공지능 경쟁에서 미국의 중요한 장점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식트그룹은 “인공지능 기술 대결에서 리더십을 확보하는 일은 미국과 중국 모두 국가 안보에 핵심 과제”라며 “미국이 중국의 발전 성과를 주시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