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수협은행이 독립법인 출범을 계기로 덩치를 키울 수 있는 조건을 갖춰지만 시중은행보다 기반이 약한 데다 정부의 입김이 강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에서 분리되는 과정에서 자본규모가 늘어난 데다 앞으로 자본조달도 더 원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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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태 SH수협은행장. |
수협은행은 1일 수협중앙회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리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수협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올해 말에 15.34%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이번 분할의 가장 큰 효과는 수협은행의 자본확충과 출자구조 변경, 자본조달 채널 다변화에 있다”고 평가했다.
수협은행은 그동안 다른 시중은행보다 자기자본비율과 자금조달부문에서 경쟁력이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협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9월 말 기준으로 11%인데 시중은행의 평균 자기자본비율보다 5.2%가량 낮았다. 2001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받은 공적자금 1조1581억 원이 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게 매겨져 수협에서 대출을 받는 어민 등에게도 높은 금리가 적용됐다.
그런데 수협중앙회가 수협은행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공적자금 1조1581억 원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2028년까지 갚기로 한데 이어 수협은행에 9천억 원을 추가출자해 수협은행의 자기자본은 2조500억 원 수준으로 늘었다.
수협은행은 공적자금에 따른 부담이 모두 사라진 셈인데 독립법인 출범을 계기로 은행 자체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수협은행은 앞으로 수협중앙회와 회원조합 등에게 보통주를 발행해 자본을 조달할 수도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런 점들을 감안해 수협은행의 장기 신용등급과 단기 신용등급, 은행 자체 신용등급을 각각 한단계씩 올렸다.
이원태 수협은행장은 이를 바탕으로 어업 및 해양수산부문뿐 아니라 부동산 개발과 임대사업, 모바일뱅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세워뒀는데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수협은행의 자산규모는 35조 원인데 시중은행의 평균 자산규모인 243조 원보다 크게 작다. 자산순이익률(ROA)도 시중은행 평균보다 0.4%포인트 낮은 데다 수협은행의 지점 수는 122곳에 불과하다.
공적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덜었지만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수협은행의 이사진 구성을 살펴보면 정부측 추천이사 4명, 수협중앙회 추천이사 2명이다. 임원추천위원회 구성도 전체 5명 가운데 3명이 정부측 추천인사로 알려졌다.
수협중앙회가 수협은행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정부에 공적자금을 갚기로 정한 것도 부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013년 신경분리가 이뤄진 농협금융지주도 아직까지 농협중앙회와 인사권 등에서 완벽히 독립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수협은행도 이른 시일 안에 독립경영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