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 수퍼마켓 캐시카우로 떠올라, 허연수가 뿌린 씨앗 허서홍이 수확

▲ GS리테일 수퍼사업부가 GS리테일을 새롭게 이끌어가게 된 허서홍 GS리테일 부사장에게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허 부사장은 오너3세인 허연수 대표이사 부회장이 9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오너4세 시대를 열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이사가 5촌 당숙이자 전임자인 허연수 전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의 덕을 볼 것으로 보인다.

허연수 전 부회장은 GS리테일을 이끌면서 주력사업인 편의점사업뿐 아니라 비주력으로 여겨졌던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에도 적지 않은 역량을 투입했다. 

그 결과 GS리테일의 수퍼사업부인 GS더프레시는 기업형슈퍼마켓 업계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데 실적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서는 GS더프레시의 빠른 성장이 GS리테일을 새롭게 이끌어가게 된 허서홍 대표에게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허 대표는 지난해 11월 GS리테일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오너4세 시대를 열었다. 오너3세이자 5촌 당숙인 허연수 대표이사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실시된 인사였다.

9년 만에 실시된 대표이사 교체인데다 오너4세 시대를 여는 의미가 더해진 인사였던 만큼 허서홍 대표의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 GS리테일 실적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GS리테일 사업 구조를 살펴보면 전체 매출 가운데 75% 안팎을 편의점 부문에서 내고 있다. 영업이익 비중도 비슷한 수준이다. 편의점 사업 성과가 연간 실적에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편의점업계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편의점업계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BGF리테일과 함께 출점 점포 수를 매해 늘리고는 있지만 성장률만 보면 수치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다행히 GS리테일의 수퍼사업부가 허 대표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사업부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기업형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경쟁사들이 몇 년째 비슷한 수준으로 매장 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GS리테일은 슈퍼마켓 매장 수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재 GS더프레시 매장 수는 531개로 기업형 슈퍼마켓 가운데 가장 많다. GS리테일은 2027년까지 매장 수를 1천 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연도별 GS더프레시 매장 증가세만 봐도 GS리테일이 슈퍼마켓 사업에 얼마나 힘을 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020년 GS더프레시 매장은 1개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21년 21개, 2022년 37개, 2023년 56개, 2024년 97개가 늘며 빠르게 증가했다.

경쟁사들 매장 증가세를 보면 GS더프레시의 공격적 매장 확대는 더 눈에 띈다.

2022년 기업형 슈퍼마켓 전체 매장 가운데 각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비슷했다. GS더프레시와 롯데슈퍼가 28%, 홈플러스익스프레스 25%, 이마트에브리데이는 19%를 차지했다.
 
GS리테일 수퍼마켓 캐시카우로 떠올라, 허연수가 뿌린 씨앗 허서홍이 수확

▲ 2020년 GS더프레시 매장은 1개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21년 21개, 2022년 37개, 2023년 56개, 2024년 97개가 늘며 빠르게 증가했다.


GS더프레시는 2023년 32%, 2024년 37%까지 점유율을 늘렸다. 그 사이 경쟁사들 점유율은 롯데슈퍼 24%, 홈플러스익스프레스 19%, 이마트에브리데이는 16%까지 줄었다. 올해 GS더프레시 점유율은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매장 수보다는 성과가 어떤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기업형 슈퍼마켓 시장에서는 GS더프레시가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GS리테일 수퍼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1985억 원, 영업이익 303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 1~3분기보다 매출은 10.1%, 영업이익은 38.4%가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편의점사업부의 성장률을 웃돈다.

사실상 GS더프레시가 GS리테일의 작은 캐시카우처럼 안착하고 있는 형태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GS더프레시 성장의 씨앗은 허연수 전 부회장 시절에 틔워졌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평가다.

허 전 부회장은 2024년 3월 정기 주주총회 때 슈퍼사업의 방향성과 관련해 "올해 공격적인 점포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점포 수 확대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GS더프레시가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리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로는 성공적 가맹 사업 전환이 꼽힌다. GS더프레시는 직영점 수는 줄이고 가맹점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GS더프레시 직영점은 2020년 17개, 2022년 14개, 2023년 30개가 문을 닫았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직영점 5개 운영을 종료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직영점을 줄이고 가맹점을 늘리려면 가맹 사업을 원하는 점주들이 많아야 가능한데 GS더프레시를 열고 싶어 하는 점주들이 계속해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며 “GS리테일이 GS더프레시 가맹점들을 직영점 수준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점주들이 매장을 운영하는 데 있어 편리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GS더프레시는 앞으로도 좋은 실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가장 많이 늘어난 오프라인 업종은 기업형 슈퍼마켓이다. 202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8%가 늘었다.

그동안 편의점에 쏠려있던 오프라인 사업 성장세가 기업형 슈퍼마켓쪽으로 넘어오고 있는 상황으로도 여겨진다. 기업형 슈퍼마켓은 높은 접근성과 편의점과 비교해 다양한 신선식품을 판매하면서 새로운 장보기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허서홍 대표로서는 5촌 당숙이 뿌려놓은 씨앗을 이제 안정적으로 거두는 시기에 접어든 셈이라고 볼 수 있다.

롯데슈퍼와 이마트에브리데이도 가맹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GS리테일은 기업형슈퍼마켓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가맹 사업 전환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며 “GS리테일이 편의점 사업으로 쌓은 30년 노하우를 쏟아 붓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경쟁사들이 GS더프레시를 따라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