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코스닥지수의 하락을 막는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

연기금이 해마다 연말에 코스닥에서 매수세를 보였기 때문에 코스닥시장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11월에 코스닥에 투자한 자금규모가 시장의 예상보다 작은 데다 다른 투자자들이 연말에 순매도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지수를 끌어올리기에 만만치 않아 보인다.

  연기금, 연말 코스닥 하락의 버팀목 역할 역부족  
▲ 코스닥 지수가 28일 전거래일보다 4.77포인트(0.80%) 떨어진 593.05로 장을 마감한 가운데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뉴시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8일 “코스닥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인 600선 아래로 떨어졌다”며 “연말까지 코스닥에서 뚜렷한 매수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지수 반등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닥지수는 갤럭시노트7 단종과 한미약품 기술수출 계약취소, 박근혜 게이트, 미국 대선 결과,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조치 등에 영향을 받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은 코스닥에서 최근 한달 동안(10월28일~11월28일) 1634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발을 빼고 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수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연말까지 기대할 수 있는 순매수 주체는 연기금”이라고 파악했다.

연기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을 제외하고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1월과 12월에 항상 순매수세를 보였다. 연기금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국민연금도 올해 11월에 중소형주를 대상으로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집행하기로 하면서 코스닥시장의 기대치는 더욱 커졌다.

그러나 연기금이 11월 말까지 코스닥에 투자한 자금규모가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기금 등은 최근 한달 동안(10월28일~11월28일) 코스피에서 9177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코스닥에서는 148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국민연금이 코스닥의 중소형주보다 코스피의 중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코스닥에 투자한 자금규모가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이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찬성한 데 대해 검찰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1조 원 규모의 자금집행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기금이 코스닥에서 운용하는 자금규모를 늘려도 올해 안에 코스닥지수를 끌어올리기에는 녹록치 않아 보인다. 연기금이 강한 매수세를 보이면 다른 투자자들은 반대로 코스닥에서 보유한 주식을 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들은 연말 배당을 노려 12월에 코스피에서 순매수하는 경향이 짙다. 상대적으로 코스닥에서는 매수세가 약하거나 순매도세를 보인다. 상장기간이 길고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갖춘 코스피 상장사들이 배당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도 연말에 코스닥에서 순매도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세법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코스닥 종목 가운데 보유한 지분이 2% 이상이거나 보유한 시가총액이 20억 원 이상이면 대주주에 해당된다. 자산규모가 큰 개인투자자들은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보유한 주식을 줄여야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11월에 자금을 집행한 코스닥 종목들은 오히려 매도세가 불거지며 하락세가 더욱 뚜렷해졌다”며 “코스닥에서 국민연금의 주식 매입이 다른 투자자들에게는 매도 신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지수는 28일 전거래일보다 4.77포인트(0.80%) 떨어진 593.0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에서 개인투자자는 63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투자자는 559억 원, 기관투자자는 57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전거래일보다 3.67(0.19%) 오른 1978.13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투자자는 2065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는 202억 원, 기관투자자는 2037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