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내정자가 13년 만에 나오는 내부 승진 수장으로 건설 본업에서 잔뼈가 굵은 '현장통'의 존재감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인다. 

정 내정자는 전임 대표들과 비교해 돋보이는 건설업 전문성을 살려 현재 국내 대형건설사 가운데서도 낮은 수준을 보이는 포스코이앤씨의 수익성을 유의미하게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포스코이앤씨 13년 만에 내부승진 대표 정희민, 건설 본업 살려 수익성 회복 특명 짊어져

▲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내정자가 수익성 개선 과제를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포스코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그룹 인사에서 세대교체가 진행된 가운데 포스코이앤씨에는 안정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대표는 1964년생으로 이번 포스코 그룹 인사에서 새로 선임된 대표 가운데 1962년생인 이희근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1963년생 이전 임원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등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1970년대생 계열사 대표 4명이 임명된 가운데 포스코이앤씨에서는 건설업 특성처럼 보수적 기조가 적용된 셈이다. 사장 이하 포스코이앤씨 임원인사에서도 승진자는 상무에 오른 안미선 구매계약실장 1명이 유일하다.

포스코이앤씨에서 직전까지 내부에서 근무하다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경우는 2012년 3월 대표에 오른 유광재 전 사장이 가장 최근 사례다. 유 전 사장은 포스코이앤씨 에너지사업본부장을 지내다 에너지·토목환경·건축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황태현 전 사장, 이영훈 전 사장, 한성희 전 사장은 대표이사 선임 이전 포스코이앤씨에서 임원을 지냈지만 다른 계열사를 거쳐 대표에 선임됐다. 대우그룹 출신인 한찬건 전 사장이나 현재 대표인 전중선 사장은 포스코이앤씨 근무 경험이 없었다.

건설업계로 처음 입사해 전문성을 쌓아왔다는 측면에서도 정 내정자는 역대 포스코이앤씨 사장들 가운데 처음이다.

정 내정자는 인천고등학교,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동아건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02년 1월 포스코이앤씨(당시 포스코건설)에 입사한 뒤 23년째 몸담은 건설전문가로 꼽힌다.

2015년 건축사업본부 건축사업실 LCT사업단장을 지내며 2018년 임원으로 승진했고 2020년 포스코이앤씨 건축사업실장을 거쳐 2021년부터 4년 동안 건축사업본부장을 지냈다.

정 내정자가 총괄해 온 포스코이앤씨 건축사업본부는 주택, 일반건축, 해외건축을 모두 포함하는 핵심 조직이다. 올해 1~3분기 매출 기준으로 건축사업본부는 포스코이앤씨 전체의 53.6%를 차지한다.

정 내정자에게는 건설업 전문성을 살려 포스코이앤씨의 수익성 개선을 이루는 과제가 맡겨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이앤씨가 건설업 경험이 많지 않던 전임 두 대표 시절 영업이익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포스코 그룹에서 정 내정자에게 거는 기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1년 역대 최대인 4409억 원 이후 2022년 3086억, 지난해 2014억 원으로 하락했다. 올해도 1~3분기 영업이익도 1247억 원으로 내림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영업이익률 역시 2021년 5.4%에서 2022년 3.3%, 지난해 2.0%까지 떨어졌다. 올해 1~3분기는 1.7%로 낮아졌다.

포스코이앤씨 자체적으로는 물론 현재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는 건설업계 전반의 상황을 고려해도 수익성이 악화가 두드러지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2021년 이전 3년(2018~2020) 포스코이앤씨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다. 2014년까지 10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브라질 법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던 2016년(영업손실 5090억 원)과 2015년(영업이익률 1.6%)에 이어 올해 영업이익률은 세 번째로 낮다.

올해 1~3분기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10위 건설사(삼성물산 건설부문 및 각사 연결기준) 영업이익률 가운데 포스코이앤씨는 뒤에서 두 번째에 그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안팎의 상황을 고려하면 정 내정자가 짊어진 수익성 안정화 과제는 사실상 수익성 정상화에 가까운 셈이다.
 
포스코이앤씨 13년 만에 내부승진 대표 정희민, 건설 본업 살려 수익성 회복 특명 짊어져

▲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건축사업본부장 부사장(오른쪽)이 올해 10월 포스코이앤씨 송도사옥에서 우리은행과 '프리미엄 고객 자산관리서비스 협력 업무협약'을 맺는 자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 내정자는 직접 챙겨오던 건축사업부문에서 이어온 영업이익 증가세를 유지하는 데 우선 순위를 둘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이앤씨가 올해 들어 건축사업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이앤씨 건축사업부문 영업이익은 올해 1~3분기 211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1488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대표이사로서 플랜트사업과 인프라사업의 반등 역시 손을 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1~3분기 플랜트사업부문과 인프라사업부문은 각각 영업손실 746억 원, 67억 원을 냈다. 두 부문 모두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과 비교했을 때 적자전환하는 것이다.

다만 포스코이앤씨가 한동안 외형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정 내정자의 어깨를 가볍게 한다.

포스코이앤씨는 2021년 11조2209억 원, 2022년 10조7513억 원, 지난해 11조65억 원으로 최근 3년 연속 매년 10조 원 이상의 신규 일감을 확보했다. 올해도 1~3분기 9조9107억 원에 더해 지금까지 10조 원 이상의 신규수주를 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매년 연간 매출을 뛰어 넘는 신규수주에 힘입어 포스코이앤씨 수주잔고는 2020년 말 31조7140억 원에서 올해 3분기 말 40조7080억 원까지 확대됐다.

포스코그룹은 “주요 사업회사 대표는 업의 전문성과 안정적 리더십을 겸비한 내부 인재를 승진, 보임했다”며 “후속 직원인사를 빠르게 마무리하고 조직을 안정화해 사업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