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놓고 부정적 보고서를 낸 뒤 퇴진 압박을 받은 배경에는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의 항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한화그룹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일가가 가까우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고 한겨레가 24일 보도했다.

  "삼성물산 합병 반대 보고서 내자 삼성 미래전략실이 항의"  
▲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주 전 사장이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한화투자증권 사장에서 물러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며 “압력이라면 압력이라고 할 만한 말을 들은 적 있다”고 말했는데 이번 진술은 더욱 구체적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진행되던 시기에  합병무산 가능성과 반대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6월15일과 7월8일 두 차례 냈다.

주 전 사장은 “첫 번째 보고서를 낸 뒤 금춘수 당시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현 부회장)이 전화를 걸어와 ‘보고서 때문에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항의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번째 보고서를 낸 뒤에는 김연배 당시 한화생명 부회장이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 모른다’고 압박했다”며 “결국 9월 금춘수 실장으로부터 물러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9월 여승주 당시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부사장을 한화투자증권 사장으로 내정해 주 전 사장의 연임불가를 공식화했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오너 일가 관계를 감안한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복인사가 이뤄진 셈인데 삼성그룹의 압력에 한화그룹이 굴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삼성그룹이 국민연금과 한화그룹 외에도 더 많은 기관투자자들에게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 전 사장은 “당시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삼성물산 합병이 펀드 가입 투자자들에게 손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모두 합병에 찬성했다”며 “금융회사들 입장에서는 삼성그룹이 운용하는 자금규모가 매우 큰 최대 고객인 데다 당시 삼성그룹이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