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BYD의 소형 전기 SUV '아토3'.(현지명 위안플러스). <중국 BYD 홈페이지> |
[비즈니스포스트]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덮친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하게 얼어붙었던 국내 전기차 시장이 올 하반기 들어 해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정 수준의 상품성을 확보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전기차 출시가 국내 전기차 수요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내년에도 국내 잇따른 국산 보급형 전기 신차 출시가 예고된 데다, 세계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 판매 1위 업체 중국 비야디(BYD)도 내년 초 승용 전기차 브랜드의 국내 상륙을 준비하고 있어, 내년 국내 전기차 시장 판매 회복세가 가팔라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1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4만2873대로 전년 동기보다 9.5% 증가했다.
한국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 연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한데 이어 올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16.5% 줄며 위축세가 심화했던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들어 눈에 띄는 반등세를 보인 셈이다.
그 원인으로는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기아 EV3,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등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보급형 전기차가 출시된 점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지난 7월 출시된 EV3는 3분기 7999대, 8월 출시된 캐스퍼 일렉트릭은 8~9월 3514대가 국내 판매되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EV3는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활용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국내 기준 501km로, 내연기관 파생 전기차 동급 모델인 기아 니로 EV보다 100km가량 크게 늘리면서도 판매 시작 가격은 더 낮췄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국내 기준 278~315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한 차급 아래인 기아 경형 전기차 레이 EV(205km)보다 73~110km 더 긴 주행거리를 확보했지만, 시작 가격은 2740만 원으로 35만 원 더 싸다.
내년 국내 전기차 시장엔 추가적 보급형 전기차 신차 출시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BYD 승용 전기차의 첫 국내 출시 등 굵직한 신차 이벤트가 잇따를 전망이다.
기아는 내년 1분기 EV3에 이은 브랜드 두 번째 전기차 대중화 모델인 소형 전기 세단 'EV4' 양산과 판매를 시작한다.
회사는 지난 9월 경기 오토랜드 광명에 브랜드 전기차 대중화모델 산실의 역할을 맡을 '이보(EVO) 플랜트'를 준공했다.
기아는 EV3와 EV4 생산을 통해 이보 플랜트를 15만 대 규모의 연간 생산능력을 갖춘 전기차 핵심 생산 거점으로 키운다는 방침을 정했다.
회사는 준중형 전기 SUV 'EV5'도 내년 국내 출시한다.
앞서 기아는 작년 11월 중국 옌청 공장에서 생산한 EV5를 14만9800위안(악 2880만 원)의 파격적 가격에 출시했다.
내수용 EV5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쓰는 중국 시판 모델과 달리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하고 기아 광주1공장에서 생산된다.
기아는 한국·북미·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최근 출시한 EV3를 시작으로 EV2, EV4, EV5 등 모두 6종의 보급형 전기차를 출시하고, 이들 전기차 대중화 모델 판매량을 올해 13만1천 대에서 2026년 58만7천 대로 4배 넘게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 기아의 EV4 콘셉트카. <비즈니스포스트> |
중국 BYD는 내년 초 국내 전기차 시장에 첫발을 들인다.
지난 13일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사업부문 대표는 "글로벌 성공 경험과 함께 뛰어난 기술력으로 한국 소비자에 신뢰를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착실히 준비하겠다"며 BYD 승용 브랜드 국내 출시를 공식화했다.
BYD코리아는 내년 초 국내 승용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현재 초기 판매를 위한 지역별 네트워크 구축과 인력 채용, 차량 인증, 마케팅 계획, 직원 교육 등을 진행중이다.
국내 출시 차종은 아직 밝히지 않았으나 중형 전기 세단 '실'과 소형 전기 SUV '아토3',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 등이 유력하다. 이 중 실과 아토3는 현재 국내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 인증을 받고 있다.
이들 전기차 모델의 중국 판매 시작 가격은 실 17만9800위안(약 3460만 원), 아토3 11만9800위안(약 2300만 원), 일본 판매 가격은 각각 528만 엔(약 4760만 원), 460만 엔(약 4050만 원)이다.
전기차 제조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하는데 1995년 애초 배터리 업체로 출발한 BYD는 배터리를 자체 제작하는 만큼 전기차 가격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선 BYD가 한국에 동급의 국산 전기차 모델보다 얼마나 낮은 가격대에 제품을 출시하는지가 판매 흥행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BYD 전기차가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 라인업보다 500만~1천만 원 정도 낮은 가격대를 갖추면 국내에서 높은 판매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