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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지원과 배터리 경쟁력 단단, 전기차 이어 에어택시 시장도 선점하나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4-11-18 14: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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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지원과 배터리 경쟁력 단단, 전기차 이어 에어택시 시장도 선점하나
▲ eVTOL 제조사 이항이 전고체 배터리를 사용한 EH216-S 시험 비행을 진행하는 가운데 임직원이 기체를 관측하고 있다. <이항>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배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차에 이어 도심항공교통(UAM) 에어택시 세계 시장까지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에어택시 대표 업체는 이미 배터리를 포함해 기체 제조 기술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데다 당국의 지원까지 더해져 경쟁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각) 항공기 전문매체 아시안에비에이션에 따르면 중국 UAM에 쓰이는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선도업체인 이항은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기관 투자자로부터 모두 2200만 달러(약 307억 원) 자금을 최근 추가로 확보했다. 

이항은 eVTOL 제조에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한 업체다. 

미국의 항공산업 전문 컨설팅업체 SMG컨설팅이 발표하는 미래항공모빌리티 실현지수(ARI·AAM Reality Index)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중국 이항은 8.5점으로 전체 2위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회사가 유치한 자금과 기체 기술력 및 각국 인증 단계 그리고 양산 준비를 갖췄는지를 종합해서 산출한다. 

SK텔레콤이 투자한 미국의 조비에비에이션과 현대자동차의 UAM 미국법인 슈퍼널은 같은 평가에서 각각 7.9점과 6.5점을 받았다. 조비에비에이션은 미국 스타트업 가운데서도 UAM 상용화에 앞서가는 업체로 꼽힌다.
 
또한 이항은 최근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EH216-S 기체로 착륙 없이 48분10초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늘리기에 유리하고 안정성이 높아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평가받는데 중국 업체가 이를 eVTOL에 활용한 것이다.  

왕자오 이항 최고운영책임자는 항공전문 매체 플라이트글로벌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를 사용해 항공기 내구성과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켜 유지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중국 샤오펑 계열사인 에어로HT도 모듈 형식 에어택시를 최근 선보였다. 모듈형은 eVTOL을 자동차에 싣고 다니면서 충전을 하다가 필요한 경우 비행하는 방식이다. 에어로HT는 이 제품을 2026년에 양산할 예정이다. 

공학기술 전문매체 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은 “중국 eVTOL 경쟁력은 배터리와 열 관리 기술로 뒷받침된다”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 지원과 배터리 경쟁력 단단, 전기차 이어 에어택시 시장도 선점하나
▲ 15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열린 국제 오토쇼를 찾은 방문객이 샤오펑의 모듈형 eVTOL을 구경하고 있다. 왼쪽 상단에 이 eVTOL을 싣고 다니며 충전하는 회색 차량도 보인다. 공식 유튜브 영상에서 갈무리. < 에어로HT >
이처럼 중국 업체가 eVTOL 제조와 배터리 기술에 앞서가는 배경에는 자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에어택시 사업을 포함하는 ‘저고도 경제’를 2023년 12월 전략 신흥산업에 추가하고 본격적으로 육성에 나섰다. 

중국이 규제 완화에도 적극적으로 임해 다양한 기술 개발에 밑거름이 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항공 여객 산업은 사고가 나면 즉시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각국은 까다로운 규제를 두는 편이다. 특히 도시 내 주요 지점을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UAM은 승인 절차가 더욱 복잡할 수 있는데 중국은 이런 기조에서 예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이나 유럽은 규제 절차가 복잡한 반면 중국은 승인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라고 바라봤다. 

물론 중국도 UAM 산업이 아직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진 않았으나 배터리 기술력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글로벌 eVTOL 시장을 선점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항은 최근 태국 방콕에서 eVTOL 시험 비행을 마쳤다. 브라질과 코스타리카를 비롯해 모두 18개 국가에서 시험 비행을 수행했다. 

이항은 이어 푸켓과 코사무이 등 태국 내 다양한 지역에서 2025년부터 상업 비행을 시작할 목표를 두고 있다. 

반면 미국 연방항공청(FAA) 승인 단계에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는 조비에비에이션도 아직 상업 비행을 위한 전체 5단계 가운데 네 번째 단계를 거치고 있다.

한국도 SK텔레콤과 한화시스템 및 한국공항공사가 함께 제주특별자치도를 중심으로 UAM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빨라야 2026년 말 또는 2027년에야 상용화에 돌입하는 일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시장 진출은 이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블룸버그는 “이항은 중국 외 국가에서도 eVTOL 상용화를 위한 길을 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업계 정황을 종합할 때 중국 eVTOL 업체가 배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제조 능력은 물론 당국 지원까지 받아 전기차 산업에서 벌어졌던 글로벌 시장 선점을 재현할 공산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올해 들어 9월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세계 시장에서 42.2%의 점유율을 보이며 최대를 기록했는데 같은 일이 eVTOL 산업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블룸버그는 특히 다른 국가가 안전 규제를 빠르게 풀어주거나 보조금을 대거 투입하는 중국 방식의 모델을 모방하기는 여의치 않다는 점을 이런 관측의 근거로 꼽았다.

다만 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은 eVTOL 공급망 가운데 배터리 외에는 상당 부분이 미국이나 유럽 지역에도 자리잡고 있어 중국 중심으로 공급망이 형성된 전기차와 다른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도 짚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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