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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대타 강환구, 현대중공업 노사관계 솜씨 보여줄까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6-11-14 16: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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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안살림을 맡고 있는 강환구 사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의 무리한 구조조정이 안전사고를 낳고 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강 사장이 앞으로 권오갑 부회장을 대신해 노사갈등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 노조 “구조조정이 계속되는 안전사고에 한몫”

14일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백형록 노조위원장과 정병천 부위원장은 오후1시30분부터 현대중공업 본관에 위치한 권오갑 부회장의 집무실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중대재해 근절대책을 마련하라는 노조의 요구에 대답이 없는 권오갑 대표이사는 회사를 떠나라”고 주장했다.

  권오갑 대타 강환구, 현대중공업 노사관계 솜씨 보여줄까  
▲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이에 앞서 10일 저녁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하청노동자 정모씨가 건조 중이던 배 엔진룸 해치 입구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현대중공업은 이튿날 경찰의 부검결과 사망원인이 심근경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정모씨가 해치와 해치커버(문) 사이에 끼인 채 발견됐다며 심근경색이 사망원인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회사와 경찰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있다. 회사에 대한 노조의 불신이 그만큼 심각한 데다 현대중공업에서 유독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이날 소식지를 통해 “올해에만 11번째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며 “구조조정을 중단하지 않으면 중대재해는 계속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히 “권오갑 부회장이 2014년 10월 처음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지금까지 18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며 “위험작업을 외주화한 뒤 사고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중공업에서 올해 들어 11명이 사망했는데 이 가운데 7명이 하청근로자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 9월2일까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3사에서 모두 37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에서만 23명이 사망했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에서 10명, 삼성중공업에서 4명이 사망했다. 규모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현대중공업의 사망사고 발생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23명 가운데 하청근로자가 17명에 이르렀다.

노조가 안전사고의 원인으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권 부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앞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일부 사업부문 분사를 포함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월과 8월 각각 압축기설비부문과 설비지원부문을 분사해 현대중공업터보기계와 현대중공업MOS를 설립했다. 올해 안에 로봇사업부와 그린에너지사업부 분사를 마무리하기로 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5조 원 규모의 건설장비와 전기전자 등 비조선사업부문을 분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 2년 만에 돌아온 강환구 역할 중요

권 부회장이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강환구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강 사장은 2014년 10월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로 이동했다가 2년 만인 10월 현대중공업으로 돌아와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권오갑 대타 강환구, 현대중공업 노사관계 솜씨 보여줄까  
▲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강 사장은 노사갈등의 해결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앞으로 권 부회장이 사업재편과 미래전략, 대외업무 등 현대중공업을 이끌어가는 큰 그림을 그리고 강 사장이 생산과 설계, 안전과 노사관리 등 내부 경영에 전념하는 방식으로 두 대표이사의 역할을 나눴다.

권 부회장이 회사의 구조조정을 이끄는 입장에서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노조를 직접 상대하기 부담스럽다는 점이 역할을 분담한 원인인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강 사장은 197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현대미포조선으로 옮기기 전인 2014년까지 35년 동안 현대중공업에서 근무했다. 오랜 기간 근무해 현대중공업 문화를 잘 아는 데다 설계와 생산 쪽을 두루 거쳤다.

이 때문에 경영관리와 영업 등 지원부문 경력을 주로 쌓았던 권 부회장보다 노조와 대화하기 수월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미포조선 사장 시절 무분규로 임금과 단체협상을 타결하는 등 노사관계도 완만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강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에 대해 “노사문제”라고 대답했다.

그는 “현대미포조선에서는 조합이 협조적이었고 인원도 많지 않아서 개별적으로 접촉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좀 커서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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