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전방산업의 수요 부족에 더해 중국·일본 등 해외 기업들과 경쟁 과열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 등의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반면 경쟁사 진입은 늘어나면서, 국내 부품업체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25일 IT 부품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IT 수요 둔화와 함께 중국·일본 기업들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국내 주요 IT부품 업체들의 실적 겨울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이노텍은 23일 시장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해 충격을 줬다.
당초 LG이노텍의 3분기 시장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는 영업이익 2620억 원이었는데, 실제 영업이익은 1304억 원에 그친 것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6 수요가 전작 대비 큰 폭의 증가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향후 카메라모듈의 공급 점유율 확대 경쟁이 예상된다”며 “기판소재 부문과 전장부품도 전방 산업인 스마트폰과 전기차 수요 부진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중국 코웰, 대만 폭스콘 등 경쟁사 카메라모듈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LG이노텍은 제품 단가를 인상하기 쉽지 않은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29일 실적발표를 앞둔 삼성전기도 3분기 실적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수요가 당초 예상했던 것만큼 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MLCC는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부품으로, PC와 스마트폰 등 전방 세트업체의 업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또 무라타, TDK, 다이요유덴 등 일본 기업들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제품 판매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MLCC 가격 인상이 당초 2025년 상반기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장악하던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오랫동안 ‘적자 늪’에 빠져있던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6437억 원에 이른다.
최근 몇년 동안 호황이었던 삼성디스플레이도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 1조4천억 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지난해 3분기보다 26% 감소한 것이다.
경쟁사들의 모바일 올레드(OLED) 공급 확대 영향으로, 제품의 평균판매단가(ASP)가 낮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요 공급사인 애플 내 삼성디스플레이 비중은 점차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액정표시장치(LCD)는 이미 중국 업체들이 장악했고, OLED에서도 BOE 등 중국 기업들의 진입이 빨라지고 있고 있다. 주요 고객사들도 공급업체를 중국으로 다변화해 단가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글로벌 OLED 패널 점유율(생산능력 기준)은 2022년 25.1%에 2027년 49%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중국의 모바일 OLED 출하량이 2025년 한국을 넘어서고, 2028년 매출에서도 우위에 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LCD에서 중국에 밀린 악몽이 OLED에서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정윤성 상무는 최근 '2024 한국 디스플레이 콘퍼런스'에서 “중국 비보, 화웨이, 오포가 자국 OLED 패널을 쓰면서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테스트베드를 확보, 국내 업체를 빠르게 따라오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이 중소형 OLED 시장 확보를 위한 공격적 행보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