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100조’ 경기부양에도 중국 매출비중 높은 삼성전기·LG이노텍 ‘기대 반 걱정 반’

▲ 중국의 1100조 원 경기부양책 성공 가능성에 엇갈린 시각이 나오면서 대중 매출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기와 LG이노텍실적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얼어붙은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해 110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붓는다. 다만 중국의 경기부양이 성공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이에 따라 중국 시장이 매출에 큰 영향을 주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 실적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경기부양책이 초기에 성과를 보이다가 다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부진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재무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향후 3년 동안 6조 위안(약 1148조 원) 규모의 초장기 특별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당초 지난 9월 말 중국이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며 상하이종합지수는 8일까지 27% 상승했지만, 단 하루 만에 8.5% 하락했다.

류스진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전 부소장은 중국이 현재 추진하는 6조 위안보다 더 큰 10조 위안(약 1911조 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에도 경제가 회복할 수 있을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자, 대중 매출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살아났던 중국발 호재가 멈출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1100조’ 경기부양에도 중국 매출비중 높은 삼성전기·LG이노텍 ‘기대 반 걱정 반’

▲ 삼성전기는 중국 애국소비 영향으로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실패한다면 시장 전체 수요 감소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카메라 모듈 이미지. <삼성전기 홈페이지 캡쳐>


삼성전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상반기 중국 매출은 2조19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37.4% 증가한 수치다. 이는 중국 내 전체 IT 수요가 줄었지만 미국의 대중 규제로 발생한 ‘애국소비’에 따른 반사이익이다.

삼성전기는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전자제품 제조사들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카메라·통신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의 애국소비 흐름에 애플 아이폰 판매가 부진하고, 중국 토종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면서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다만 IT 수요 침체는 여전하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3분기가 전통적 IT기기 성수기임에도 재고 수준이 높아 삼성전기의 IT 관련 주문 증가가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애국소비에 따른 반사이익은 중국 전체 시장의 소비 침체가 이어진다면 함께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자국 기업 소비가 늘었어도 시장 침체로 전체 소비가 감소한다면 삼성전기 실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삼성전기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는 주요 고객사가 중국 스마트폰, PC 제조사다. 중국 IT 시장 전체 부진은 회사 매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성공한다면 삼성전기 중국 매출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내수 경기 진작 의지가 진심이라면 중국 IT 제품향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기의 수혜는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악화하는 중국 내수 침체에 따라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LG이노텍의 매출 대부분이 애플에서 나오는데, 애플이 중국에서 판매 악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1100조’ 경기부양에도 중국 매출비중 높은 삼성전기·LG이노텍 ‘기대 반 걱정 반’

▲ 애플 매출 비중이 76%를 넘는 LG이노텍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의 소비 감소와 애플의 중국 시장 부진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폰16 이미지. <애플> 


LG이노텍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애플로 추정되는 단일 고객 매출은 6조8161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76.7%를 차지했다. 2021년 68.2%에서 3년 만에 8.5% 증가했다.

애플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국소비와 IT 수요 부진이 겹치며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상반기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4% 아래로 떨어지며 화웨이에 밀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애플이 중국 본토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미국 제재를 받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이 부활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중국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출시한 아이폰16은 공식 판매가 시작되기도 전 할인 마케팅이 시작됐다. 애플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에 달하는 만큼 내년 상반기 아이폰 판매 부진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된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