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AI) 수혜주로 여겨지는 전력기기 대표종목인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주가가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엔비디아는 2분기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성장성 둔화우려가 부각돼 반도체업종뿐 아니라 전력기기업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 종목을 순매도하는 과정에서도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을 꾸준히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에 된서리 맞은 전력기기주, 외국인은 HD현대·LS일렉트릭 담는다

▲ 외국인투자자가 최근 국내 시장을 순매도하면서도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전력기기업체 주식은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주가는 전날보다 각각 3.11%, 2.14% 하락하며 장을 출발했다.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은 7월24일 장중 37만4500원, 27만4500원 최고가를 찍은 뒤 나란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전력기기주는 올해 들어 AI시장 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가로 변압기 등 전력기기 수요가 높아지는 점이 투자요소로 꼽혀 주가가 크게 올랐다. 하지만 7월 말부터 AI 투자가 만족할 만한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떠오르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다.

최근에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경계감에 주가가 횡보세를 보였는데 전날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냈음에도 하락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2분기 호실적을 냈지만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비디아가 4분기부터 새 인공지능(AI) 칩 블랙웰 출시가 가능하다고 발표했으나 신제품 출시 효과가 되레 이익률을 훼손할 수 있고 기술적 문제에 대한 질문에 만족할만한 답변을 주지 않은 점이 우려를 키웠다.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총이익률이 71~72%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냐는 질문에 그것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대답했고 칩온웨이퍼서브스트레이트(CoWoS-L) 공정 관련 수율(완성품 비율) 문제도 기술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올리고 있다고 간단히 언급해 우려를 해소시키지 못했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출시가 예정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대형 기술업체들의 인공지능 관련 투자가 미뤄질 가능성도 있어 전력기기업체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와 함께 원화가 강세를 나타낸 점도 전력기기 종목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일렉트릭은 연결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7% 수준이고 LS일렉트릭도 50%가 넘어 원/달러 환율 변화에 따른 실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 원화 강세 환경에서는 달러로 받은 대금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이익률이 감소하거나 환차손을 인식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증시를 팔면서도 전력기기업체는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를 23일부터 전날(28일)까지 4거래일 연속 던지며 1조5천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HD현대일렉트릭은 같은 기간 4거래일 연속 순매수해 440억 원어치를 샀다. LS일렉트릭은 21일부터 28일까지 최근 6거래일 동안 26일 하루 빼고 5거래일을 순매수했다. 최근 4거래일 순매수 규모는 14억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가 삼성전자(6152억 원)와 SK하이닉스(8681억 원)를 순매도한 것과 대조된다.

외국인투자자가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을 매수하는 이유로는 전력기기 초호황이 구조적으로 이어져 실적이 꾸준히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에 된서리 맞은 전력기기주, 외국인은 HD현대·LS일렉트릭 담는다

▲ 현지시각으로 28일 엔비디아가 2분기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높아진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며 주가가 하락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력망 확충 과정에서 변압기 부족으로 고압 대형 변압기 및 승압기의 리드타임(주문에서 제품 받는 시간)이 30~60주에서 120~130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미국의 한국산 수입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고 국내 전력기기업체들은 채워진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수익성 높은 선별수주에 나서 이익률이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주요 전력기기업체들도 2분기 실적 발표회를 통해 전력시장의 구조적 성장을 확신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전력기기업체 이튼(Eaton)은 늘어나는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향후 실적 목표치를 높여잡았다.

아놀드 크레이그 이튼 최고경영자는 “(전력 및 데이터센터 관련 산업이) 활황 초기에 있고 앞으로 몇 년 동안 성장을 볼 수 있을 것이다”며 “일생일대의 기회다“고 말했다.

슈나이더(Schneider) 일렉트릭도 실적 목표치를 높여 잡은 뒤 데이터센터 산업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이익률을 확보할 수 있고 기대 이상의 수요가 예상보다 길게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지멘스에너지(Siemens Energy) 역시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모든 사업과 여러 지역에서 강력한 성장을 목격하고 있고 특히 전력망 공급문제가 이어지고 있어 제품 리드타임이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 중심의 전력기기 수요 증가세가 유럽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초고압 변압기 공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2026년부터 데이터센터용 전력기기 수요 발생이 본격화하면서 전력기기 공급부족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