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 하반기 채용 시즌이 한 달 가량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채용 감소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업점·임직원을 줄이는 디지털전환 가속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은행권이 올해 상반기 사상 최고 이자이익을 거두며 받게 된 ‘이자장사’ 이미지를 어느정도 떨칠 수 있는 사회적 책임 실천 여부가 변수로 꼽힌다.
 
5대 은행 채용 하반기도 냉기류, ‘이자장사’ 시선에 사회적 책임 요구가 변수로

▲ 하반기 채용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은행권의 채용 규모가 감소 추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공동후원하는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개요. <금융위원회>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은 하반기 채용 공고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은행권은 그동안 하반기 공동채용을 이르면 8월 말부터 늦게는 10월까지 진행했다. 

올해 5대 은행 취업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5대 은행은 이미 상반기에 신입직원 1060명 가량을 새로 뽑아 1년 전(1480명)보다 채용 규모를 30% 가량 축소했다.

은행권 공채 규모가 감소한 배경으로는 영업점 축소가 꼽힌다. 주요 은행은 업무 강도 악화 우려에도 영업점을 줄이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앞장서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에 따라 지점 직원이 줄었고 앞으로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직원수가 감소한 만큼 한 사람이 담당해야 할 업무는 늘어 일선의 업무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대표적으로 두 은행은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각각 11곳과 5곳의 점포를 줄였다. 코로나19 이후로 시야를 넓혀보면 5대 은행 점포수(지점·출장소)는 3월 말 기준 3916곳으로 2019년말(4661곳)보다 700곳 정도(15.9%)가 감소했다.

정부가 지난해 4월 이 같은 흐름을 우려하며 전국은행연합회와 논의를 거쳐 대체점포 없이는 문을 닫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효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문재인정부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부터 이복현 현 원장까지 점포 폐쇄에 따라 소비자 접근성이 약화될 수 있다며 재고를 압박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점포수가 줄면서 5대 은행 총 임직원(임원 포함) 3월 말 기준 7만2720명으로 2019년 말(7만7645)보다 약 5천 명 감소했다. 

주요 은행에서는 이미 만 40세 이상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을 정도로 효율성 높이기에 열을 올리는 만큼 은행 일자리 감소는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중은행이 무작정 고용 규모를 줄이는 게 아니라는 업계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은행이 ‘무점포 영업’을 무기로 생산성을 높여 기존 은행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 은행권에서 직원 1인당 벌어들인 이익(충당금 적립 전 이익)이 가장 높은 곳은 토스뱅크(7억2500만 원)였고 케이뱅크(6억)와 카카오뱅크(5억3백만)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은행권 순이익 1위를 2년 연속 지킨 하나은행의 직원 1인당 이익은 4억1600만 원으로 인터넷은행 3사에 크게 못 미쳤다. 하나·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은 2019년이나 2020년만 해도 인터넷은행을 해당 지표에서 앞섰지만 흐름이 뒤바뀐 것이다.

당장 시중은행 채용 규모 감소는 불가피한 것으로도 여겨지지만 ‘이자장사’ 이미지로 따가워진 사회적 시선은 변수로 꼽힌다.

5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21조616억 원을 올렸다. 올해 전체적으로도 최근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대출을 늘려 견고한 이자이익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화두로 내건 ‘이자장사’ 프레임이 올해도 이어질 수 있고 청년채용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셈이다.

정부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은행권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는 점도 은행권에는 변수로 여겨진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말 은행 점포 폐쇄 방지법을 발의했다. 지점 폐쇄 이후 진행되던 사후영향평가를 사전평가로 바꾸고 외부 전문가와 주민 의견을 고려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만큼 은행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5대 은행 채용 하반기도 냉기류, ‘이자장사’ 시선에 사회적 책임 요구가 변수로

▲ 21일부터 열리는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 참여하는 은행 목록.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사이트 갈무리>

은행권의 채용을 둔 고민의 결과는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21~22일)를 기점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Sh수협은행 등 금융사 13곳이 새로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란 점을 강조하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는 7월3일부터 운영되고 있으며 금융권 취업준비생은 이때 채용상담부터 현장면접까지 경험해 볼 수 있다.

은행권은 디지털 전환에 따라 공채 규모가 줄고 있지만 수시채용은 늘리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에 따라 공채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공채 규모는 줄었지만 디지털 관련 인력 수요가 늘어 인재풀(Pool) 등을 통한 수시채용 규모를 늘려 대응하고 있으며 사회적 책임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