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전쟁과 경기침체로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인재를 통해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주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핵심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인 커리어케어와 공동으로 핵심인재 영입을 위한 개선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채용 과정을 발굴-면접-검증-보상-안착으로 나눠 총 5회에 걸쳐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살펴 보고 베테랑 헤드헌터들이 제시하는 해결방안을 싣는다.

<글 싣는 순서>
[핵심인재 이렇게 뽑자①] 헤드헌터를 인재 발굴의 전략적 파트너로 삼자
[핵심인재 이렇게 뽑자②] 면접관도 면접을 준비하자
[핵심인재 이렇게 뽑자③] 확인될 때까지 의심을 거두지 말자
[핵심인재 이렇게 뽑자④] 핵심인재 보상, 헤드헌터를 활용하자
[핵심인재 이렇게 뽑자⑤] 핵심인재의 조직 안착에 자원을 총동원하자 
 
[비즈니스포스트] 기업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인재를 채용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공들여 채용한 인재가 조직에 안착하지 못하고 이탈했을 때 발생할 결과는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핵심인재 이렇게 뽑자⑤] 핵심인재의 조직 안착에 자원 총동원하자

▲ 황문주 커리어케어 헬스케어본부 부본부장 전무


글로벌 컨설팅펌 딜로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재 이탈을 대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고객관계, 업무 생산성, 숙련도, 신규 채용 비용을 감안했을 때 기존 직원 연봉의 2~3배에 달한다. 

특히 핵심인재라면 2~3배는 가볍게 뛰어넘는다. 따라서 애써 채용한 인재가 이탈하지 않도록 성과보상 시스템과 일대일 코칭, 조직 문화 개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입사자 대상 프로그램은 신입사원을 중심으로 연구, 발전되어 왔기 때문에 경력직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아직 미흡하다. 최근 채용 트렌드가 경력직을 중심으로 재편된 만큼 이에 걸맞은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그동안 공격적으로 인재를 영입하면서 경력직 비증이 커져 있다. 이에 따라 새로 입사한 직원들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회사와 업무에 적응하고 안착하도록 돕는 '온보딩 프로그램'을 발전시켰다. 조직 안착을 개개인의 자질과 동료들의 선의에만 맡겨놓기가 불안할 뿐만 아니라 능력 발휘에 어려움을 겪는 일도 빈번히 발생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조직 적응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입사 전 온보딩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아마존의 프리보딩 전용 플랫폼인 ‘아마존 엠바크 포털(Amazon Embark Portal)’을 통해 입사 서류 작성, 노트북 주문 같은 행정절차를 비롯해 기본 오리엔테이션까지 입사 전에 끝낸다. 또 예비 입사자들이 6페이지짜리 ‘내러티브 메모(Six-Page Narrative Memo)’ 작성법 같은 아마존 고유의 일하는 방식을 체득하도록 지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신규 직원을 조기 안착시키기 위해 ‘온보딩 버디 프로그램’을 활용해 선배 직원과 매칭 시켜주고, 월마트는 AR/VR 기술을 활용해 직원들에게 몰입감 높은 온라인 직무 교육을 진행한다. 이처럼 많은 기업에서 신규 직원이 업무나 조직에 보다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경력직은 신입사원처럼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제 몫을 해내길 기다려주기 어렵다. 이미 충분한 업무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하루 빨리 제 실력을 발휘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중요하다. 

성과를 내기까지 여유 있게 시간을 달라는 경력직이 있다면 회사가 찾고 있는 인재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핵심인재는 어디서든 빠르게 자신을 증명하길 바라고 그게 바로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길임을 잘 알고 있다. 회사가 기다려주겠다고 해도 본인이 참지 못하고 떠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현실에 안주하는 즉시 도태된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특히 리더급 포지션의 경우 상하좌우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직장에 안착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타격이 커진다. 면접과 평판조회를 통해 신중하게 검증했어도 실제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이들 곁에 헬프데스크 역할과 함께 여러 필요한 조언과 고충 상담을 해주는 믿음직스러운 임원을 붙여준다.
    
또 사내 임원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속마음이 있거나 더 풍부한 경험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외부 자문과 코칭도 활용한다. 외국기업에서는 사외이사가 이러한 역할을 많이 수행하지만 국내기업에서는 아직 이런 제도가 잘 갖춰지지 않아서 외부에서 적임자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온보딩 프로그램은 다섯 단계로 나뉜다. 입사 전 준비(Pre-boarding), 입사 첫 날(First Day Onboarding), 멘토링 및 지원 과정, 교육·훈련 프로그램, 정기적인 피드백 및 평가다. 

그러나 성공적인 온보딩은 이러한 단계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 아닌 기업이 속한 산업, 규모, 조직 문화를 고려해서 맞춤형 온보딩 프로그램을 잘 만들고 개선해나가는 것에 달려있다. 헤드헌터도 후보자의 상황을 잘 알고 있어 외부 자문이나 코칭 못지 않게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내가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지키려고 노력하는 원칙이 있다. 기업에 추천한 인재가 입사하면 입사 첫날부터 몇 달 간 정기적으로 연락해서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다. 입사 전에 생각한 것과 달라진 점은 없는지, 적응은 잘 하고 있는지, 혹여 회사에 아쉬운 점은 없는지를 파악해 필요에 따라 인사팀과 공유하면서 입사자의 안착을 돕는다. 

몇 해 전 국내기업에서 외국기업으로 이직한 후보자가 있었다. 그는 국내기업에서는 팀장이었지만 외국기업에는 팀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후 반년이 지난 시점에 확인해보니 그가 업계에 유능한 인재라고 소문이 나 다른 회사로부터 팀장 제의를 받고 있어서 이탈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그에게는 ‘커리어패스로 볼 때 이직을 서두르기보다 당분간 현 직장에서 기회를 살피는 게 좋다’고 조언했고, 인사팀에게는 그의 이런 고민과 상황을 알렸다. 인사팀은 고마움을 표시했고 몇 달 뒤 그를 팀장으로 승진시켰다. 그 후보자는 지금도 해당 기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면서 장기 근속 중이다.

입사 후 몇 개월 되지 않아 직속상사의 폭언으로 팀원이 다수 이탈했고 본인도 이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후보자가 있었다. 그의 고민을 듣고 자주 연락하는 인사담당자에게 상황을 파악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다. 인사팀이 알아본 결과 직속상사의 독설이 사실로 드러났다. 해당 직원은 다른 부서로 전환 배치돼 후보자는 지금도 잘 다니고 있다. 

뛰어난 인재가 새로운 조직과 업무에 적응하지 못해 떠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없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전사 차원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새로 입사한 인재는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인재를 추천한 헤드헌터도 이들이 잘 지내는지 관심을 기울이겠지만 무엇보다 기업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황문주 커리어케어 헬스케어본부 부본부장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