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한전)가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잇따라 자회사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시장악화로 제값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꼬박꼬박 배당을 챙겨주는 수익원을 포기하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헐값 매각을 비판하며 민영화 추진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어 지분 매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 한전KDN 지분 매각 반대 직면, 헐값 매각·민영화 논란 터져나와

▲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두 번째)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첫 번째)이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과 함께 한전KDN 지분 매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19일 이사회를 열고 한전KDN 지분 매각안을 상정해 논의한다.

한전KDN은 국가 전력망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발전에서부터 송전, 변전, 배전, 판매에 이르는 전력 계통 모든 과정에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감시·제어·정보관리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이다.

한전이 자회사 한전KDN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되지 않았다. 2023년에는 매출 7388억 원, 순이익 655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말에는 YTN 지분 21.43% 매각에 성공하면서 2214억 원의 현금을 확보한 덕분에 한전에 1600억 원의 중간배당을 시행하는 등 효자 노릇을 하기도 했다.

한전이 한전KDN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함이다. 한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전 부채는 202조4502억 원으로 2022년과 비교해 5% 증가했다. 한전은 2023년 영업손실 4조5416억 원을 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은 지난해 11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강도 높은 자구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한전KDN을 국내 증시에 상장한 뒤 20%의 지분을 매각해 약 1300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른 자구책을 살펴보면 △서울 노원구 공릉동 한전 인재개발원(약 7800억 원) 부지 매각 △필리핀 칼라타칸 태양광 사업 지분 38%(약 500억 원) 전부 매각 △희망퇴직 △운영 인력 감축 △조직 효율화 등이다.

한전이 계획에 따라 한전KDN 지분 매각을 이사회 안건에 올리고 본격화하자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은 18일 성명서를 통해 “현재 주식시장에서 한전KDN 지분 20% 가치는 약 800억 원 상당으로 헐값 평가된다”라며 “지금 한전KDN 지분을 매각해도 한전 총부채의 0.05% 수준이기에 유동성 확보에 도움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단독 소유·고배당의 이점이 사라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전KDN의 2040년 매출은 현재 대비 약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배당금도 24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평가·예측된다”며 “이를 매각하라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민간에게 넘겨주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매각 결정을 처리하는 한전 이사회를 겨냥한 경고도 남겼다.

민주당 기재위원들은 “한전KDN 지분매각은 한전에 유동성 확보가 아니라 재산상의 손해를 입히는 배임행위에 해당함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를 강행한다면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전력노조연맹)도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서영교 의원, 김주영 의원과 함께 한전의 한전KDN 지분 매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종섭 한전KDN 노조위원장은 “한전이 한전KDN으로부터 받는 배당액이 줄어들게 되면서 한전의 중장기적 재무 건정성에 손실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또 이런 졸속 추진은 특정 재벌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서영교 의원 또한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도 한전KDN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은 한전 부채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매각하려 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민영화 수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전력 한전KDN 지분 매각 반대 직면, 헐값 매각·민영화 논란 터져나와

▲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왼쪽 세 번째)이 3월5일 광주 북구 한국전력공사 광주전남본부에서 열린 전국 소통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한전 내부에서도 한전KDN 지분 매각과 관련해 반대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영 의원이 확보한 한전 내부 문건에 따르면 한전 감사실은 지금 시점에 한전KDN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헐값 매각이 우려되기 때문에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한전이 자회사 지분 매각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전은 과거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는 상황에서도 경영권 확보 한도인 51%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전은 올해 초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 지분 15%를 매각해 3500억 원의 유동성을 마련했다. 한전은 1월2일 미래에셋증권 등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에 한전기술 보통주 564만5094주를 PRS(Price Return Swap) 계약 방식으로 팔았다.

PRS는 매각 가격인 6만2천 원을 기준으로 주가가 매각 가격보다 내려가면 한전이 투자자에게 손실을 보전하고 매각 가격보다 올라가면 투자자가 한전에 초과수익을 줘야 하는 방식이다. 정산은 3개월마다 한 번씩 진행된다.

지분 매각으로 한전이 보유한 한전기술의 지분은 51%가 됐다. 경영권 유지가 가능한 한도까지 한전기술 지분을 매각한 것이다.

한전은 부채 감축을 이유로 자회사인 한전KPS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한전은 2012년 9월 블록딜 방식으로 보유지분 5%(225만 주)를 할인율 3.92%를 적용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1100억 원이었으며 한전이 보유한 한전KPS의 지분은 70%로 줄었다. 한전은 1100억 원 가운데 부족자금 일부를 해소한뒤 나머지 882억 원을 차입금 상환에 활용했다.

한전은 그 이후로도 한전KPS 지분을 팔아왔다. 한전KPS 상장 당시 80%였던 한전 보유지분은 2024년 4월18일 현재 51%까지 떨어졌다. 다만 한전은 자회사 지분 매각에도 경영권 확보선은 철저히 유지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