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한미약품 사태를 계기로 공시제도 개선 등 재발방지 대책을 찾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해지 공시에 적용됐던 ‘기술 도입∙이전∙제휴 등과 관련된 사항’을 자율공시 대상에서 의무공시 대상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와 거래소, '한미약품 늑장공시' 방지 머리 맞대  
▲ 임종룡 금융위원장.
자율공시 대상은 사유가 발생한 다음 날까지만 공시하면 되기 때문에 이번 한미약품의 ‘늑장공시’도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늑장공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기술 도입∙이전∙제휴 등과 관련된 사항이 의무공시 대상으로 바뀌면 사유가 발생한 당일 시장에 알려야 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의무공시화를 단언할 수 없지만 문제가 발생한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제약∙바이오업체들의 기술수출 계약구조를 감안해 공시내용을 알기 쉽게 작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약업체는 신약 기술을 수출할 때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계약을 한다. 단계별기술료 계약은 전체 기술료 가운데 계약금으로 10%가량만 받고 나머지는 임상시험이 단계별로 진행될 때마다 기술료 일부를 받는 방식이다.

현재 공시시스템은 계약했을 때 전체 기술료를 수주한 것으로 공시하도록 돼있다.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에 항암치료제를 기술수출할 때 기술료 8500억 원으로 공시했지만 계약이 중도에 해지돼 실제로는 718억 원만 받았다. 결과적으로 처음에 공시한 기술료가 사실상 허위였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업종 상장회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투자자들에게 수출계약 구조를 더 알기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회사들에게 공시시스템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상장회사들이 공시에 대해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늑장공시’ 논란에 대해 공시 내용에 대해 한국거래소와 협의 및 승인 과정을 거치느라 공시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거래소가 공시하기 전에 내용을 검토하는 상장회사는 관리종목이나 불성실공시기업뿐이다. 한미약품은 공시시스템에 입력만 하면 바로 시장에 알릴 수 있었던 셈이다.

채현주 거래소 공시부장은 “이번 한미약품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공시가 투자자들에게 끼치는 중요성과 영향력은 매우 크다”며 “다각도로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