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CJ그룹이 임원변동을 최소화 한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장고 끝에 내린 선택은 ‘안정’이었다. 지난해 실적 부진을 감안해 계열사 대표이사를 대거 교체하리란 추측이 무성했지만 실적부진에 책임을 묻는 대신 신뢰를 준 모습이다.
 
이재현 CJ그룹 임원인사 쇄신보다 안정에 방점,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 특명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올해 쇄신보다 안정에 방점이 찍힌 임원인사를 냈다.


CJ그룹 계열사 대표이사의 어깨는 한층 무거워졌다. 이 회장의 선택을 실적반등으로 증명하는 과제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16일 CJ그룹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보면 기존 재계 예상보다 변화폭이 적었다.

실제 이 회장은 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선에서 인사를 마무리했다.

그룹의 ‘맏형’이자 모태인 CJ제일제당의 경우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CJ제일제당으로 복귀하고 공채 출신 최초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는 이 회장이 강조해왔던 성과주의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강 대표는 2020년 CJ제일제당 각자대표이사 겸 식품사업부문 대표로 선임됐다가 1년만에 CJ대한통운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CJ대한통운은 3년 연속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택배기사 파업과 쿠팡의 제3자물류 시장 진출 등의 고비가 있었지만 △택배사업 체질개선 △첨단 물류기술 도입 △해외사업 확장 △글로벌 이커머스 직구 배송사업 확대 등의 굵직한 성과를 냈다.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이사는 식품사업의 해외 진출국가 확대하고 바이오 부문의 수익성 회복하는 한편 재무지표 개선 등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강 대표의 이동에 따라 생긴 자리는 CJ대한통운 내부 인사인 신영수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대표가 꿰찼다.

신 대표는 2021년 CJ대한통운 택배·이커머스부문 대표로 발탁됐다. 신 대표의 재임기간 CJ대한통운의 택배·이커머스 부문의 영업이익은 약 2배가 늘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단가인상, 고마진 화주 대상 영업 등의 전략으로 물동량이 약간 줄었으나 평균판매단가는 높아졌다.

신 대표는 CJ대한통운의 향후 미래 성장동력이 될 사업들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CJ대한통운은 글로벌 사업에서 △유럽 물류시장 사업 확대 △사우디아라비아 글로벌권역센터 구축 △미국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 △인도 현지법인 상장 등을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중이다. 

이외에도 쿠팡의 제3자물류 사업 진출, 택배기사 단체교섭권 관련 소송 등 현안에도 대응해야한다.

이번 인사가 예년보다 늦게 발표된만큼 다수의 대표이사들의 교체가 예상됐으나 나머지 CJ그룹 계열사 대표는 유임됐다. 

이 회장은 구창근 CJENM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이사, 윤상현 CJENM 커머스 부문 대표이사 등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 것으로 보인다.

두 대표이사가 대표이사직을 수행한 기간이 짧았던 점을 참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표는 2022년 3월, 구 대표는 2022년 10월 각각 대표이사로 기용됐다.

CJENM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적자를 기록했으나 하반기에 흑자로 돌아서며 실적 반등의 기대감을 키운 것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구 대표는 △자회사 수익성 강화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한 순차입금 축소 △티빙-웨이브 합병 등의 현안에 주력하고 윤 대표는 TV, 모바일, 웹 등 다양한 판매채널을 활용하는 ‘원플랫폼’ 전략 강화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던 CJCGV 허민회 대표이사 역시 유임됐다.

CJCGV는 지난해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해 주가가 급락했다. 지주사 CJ가 CJCGV에 현금 1천억 원을 투입하고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까지 출자해주고는 있지만 CJCGV 주가는 5천 원대 중반에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허 대표가 △티켓 가격인상 △적자 지점 철수 △스낵판매 수익강화 △상영콘텐츠 다양화 등  코로나19 종식을 대비한 결과 CJCGV가 3년만에 연간 흑자로 돌아선 것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허 대표는 올해 CJCGV의 미래 성장전략 NEXT CGV에 속도를 내 공간사업자로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는 한편 이자부담을 최소화할 재무전략 수립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그룹 내 '효자'로 등극한 CJ올리브영은 기존 예상대로 이선정 대표이사 체제가 유지된다. 이 회장은 올해 1월 CJ올리브영 본사를 방문해 성과를 치하하고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이선정 대표에게 힘을 싣어주기도 했다.

이선정 대표는 올해도 사업성과를 이어나가는 한편 △해외사업 본격화 △3천억 규모의 상생협력 방안 실천 △기업공개 재추진 등에도 신경을 쓸 것으로 예싱된다.

묵묵히 순항 중인 CJ프레시웨이는 정성필 대표이사가 계속해서 지휘봉을 잡게됐다. 

정 대표는 2021년 3월 부임 이후 적자 자회사 청산, 연령별 전문 식자재 브랜드 사업 강화, 디지털 전환, 솔루션 사업자로의 체질 개선에 매진했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매출 3조 원을 달성하면서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외형을 회복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9년 583억 원에서 2023년 993억 원으로 70.9%나 늘어나며 수익성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정 대표는 식자재 유통사업 고객사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솔루션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면서 주주환원을 강화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현 CJ그룹 임원인사 쇄신보다 안정에 방점,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 특명

▲ CJ그룹은 이번 임원인사에 앞서 지주사의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김찬호 CJ푸드빌 대표이사도 연임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CJ푸드빌의 흑자기조를 안착시킨 인물이다. CJ푸드빌은 지난해 외부투자를 유치해 미국에 뚜레쥬르의 생산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김 대표는 출점 제한 규제를 받는 국내 대신 미국에서 뚜레쥬르의 점포 수를 확보해 나가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사 CJ는 김홍기 대표이사 체제가 계속 유지된다. 김 대표는 이 회장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인물로 2018년부터 CJ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앞서 CJ는 지난해 12월 지주사의 전략기획 조직과 사업관리팀을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1·2실(PM1·2실)으로 개편하고 재무전략실과 재무운영실을 재무실로 합쳤다. 이는 지주사 본연의 기능인 계열사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차원의 인사로 읽힌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