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사무기에 미국과 유럽 반도체 다수 쓰였다, 인텔 AMD 포함

▲ 1월25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 위치한 미르니에서 한 남성이 러시아 해군의 카모프 Ka-27 헬기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에 사용하는 군사무기를 제조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산 반도체를 다수 수입하고 있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왔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를 향한 전략물자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제에 허점이 노출된 셈이다. 

25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러시아의 세관 자료를 확보해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제조된 약 10억 달러(약 1조3380억 원) 규모 반도체가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러시아로 수입됐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러시아의 전체 반도체 수입액은 17억 달러(약 2조2732억 원)로 집계됐다. 미국과 유럽산 반도체가 전체의 58.8%를 차지하는 것이다. 

미국 반도체기업인 인텔과 AMD, 유럽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인피니온과 NXP 등의 반도체가 러시아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는 인텔과 AMD 반도체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러시아가 중국과 튀르키예 등 제3 국가를 거쳐 우회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를 확보했을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러시아가 자국산 반도체를 군사무기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우회 수출 경로까지 차단하려 노력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 한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과 유럽연합이 러시아에 첨단 기술 수출을 규제하고 있었지만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러시아는 이들 반도체를 활용해 미사일과 탱크 등 무기를 계속 생산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이 러시아뿐 아니라 제3 국가에도 반도체 등 수출을 더욱 엄격히 규제하도록 하는 새로운 제재안을 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해당 기업들이 유럽 규제를 준수하고자 러시아 내 사업을 중단했으며 반도체가 어디로 유통되는지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