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나경수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 사장과 박원철 SKC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SK그룹 인사의 ‘변화’ 기조 속에서도 재신임을 받았다.

SK그룹은 올해 임원인사에서 ‘준비된 CEO’를 강조했다. 나 사장과 박 사장은 체질개선을 통해 어두운 석유화학 업황에 대응력을 키워가고 있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SK지오센트릭 나경수와 SKC 박원철이 CEO 교체 '인사 태풍' 비껴간 이유

나경수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원철 SKC 대표이사 사장이 내년에도 각 기업의 체질개선을 지휘한다.


7일 단행된 SK그룹 인사에서는 부회장단 4인이 모두 교체되는 상황 속에도 주요 석유화학 계열사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인사를 통해 내년 초로 2번째 임기가 끝나는 나 사장은 SK지오센트릭에서 3번째 임기를 지내게 됐다. 박 사장은 2025년 3월까지인 첫 임기를 완주한다.

올해 SK그룹 인사는 60대인 주요 부회장단 4인의 역할 변화 즉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혔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등 3인은 의장 및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장동현 SK 대표이사만이 SK에코플랜트 각자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사장 이하 계열사 인사에서는 50대 대표이사들도 더 적은 나이의 인사들로 교체됐다.

SK에너지에서는 1964년생인 조경목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1968년생인 오종훈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SK인천석유화학은 1965년생인 최윤석 대표이사에서 1968년생인 노상구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다. SK넥실리스는 1964년생인 이재홍 대표이사에서 10살 이상 젊은 1975년생 류광민 대표이사가 이끌게 된다.

나 사장과 박 사장도 각각 1964년생과 1967년생으로 50대다. 이번 인사평가에서 세대교체 기조 속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나 사장과 박 사장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된 CEO’로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SK그룹은 계열사 인사의 특징을 ‘세대교체를 통해 준비된 CEO 선임’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조직 효율화와 임원 규모를 축소한 이유를 ‘글로벌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계열사 인사의 가장 큰 기준이 된 2가지를 나 사장과 박 사장이 충족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인사에 앞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대표이사의 역량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최 회장은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3 CEO세미나’에서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하며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짚었다.

앞선 5일(현지시각)에는 미국 버지니아에서 최종현학술원이 개최한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포럼에서도 “새로운 경영진, 젊은 경영자에 기회를 줘야 하는 때가 오고 있다”고도 말했다. 

특히 업황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체질개선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석유화학 업황은 원재료와 범용제품을 중심으로 급격히 악화했다. 게다가 글로벌 경기불황뿐 아니라 중국의 자급률 상승 탓이라는 구조적 변화로 업황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나 사장은 플라스틱 재활용을 SK지오센트릭의 새로운 먹거리로 본격 육성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11월15일 SK이노베이션 정유화학 복합단지 SK울산콤플렉스(CLX)에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를 착공했다.

SK지오센트릭 울산ARC는 해중합,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열분해유 등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적용된다.

나 사장은 직접 발 벗고 나서 이 기술들을 보유한 해외 기업들과의 협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 사장은 플라스틱을 생산해온 기업으로써 플라스틱 재활용에 앞장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나 사장은 11월14일 울산ARC 기공식 기자간담회에서 “플라스틱 원료를 반세기 만들어 온 기업의 책무가 사업구조를 혁신하는 출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SK지오센트릭 나경수와 SKC 박원철이 CEO 교체 '인사 태풍' 비껴간 이유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은 올해 인사를 앞두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는 최 회장의 방향성과 일치한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SK이노베이션의 다음 60년은 ‘그동안 배출해 왔던 탄소에 관한 책임’에 중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그룹에서 투자 관련 직책을 거쳐온 신규사업 발굴 및 투자 전문가답게 SKC의 사업구조를 고부가가치소재사업 중심으로 바꿔가고 있다. 이는 SKC가 올해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거뒀음에도 박 사장이 신뢰받은 이유로 꼽힌다.

SKC는 박 사장 부임 이전인 2020년 SK넥실리스(옛 KCFT) 인수를 통해 동박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박 사장은 2022년 3월 대표이사에 오른 뒤 동박에서 멈추지 않고 배터리 소재와 반도체 소재, 친환경 생분해 소재로 SKC의 3대 성장축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특히 배터리 소재와 반도체 소재 사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SKC는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는 올해 설립한 자회사 얼티머스를 통해 실리콘 음극재로 발을 넓히고 있다. 반도체 소재로는 자회사 앱솔릭스를 통해 세계 최초 고성능 컴퓨팅용 글라스(유리) 양산을 앞두고 있으며 반도체 테스트용 부품 기업 ISC를 인수했다.

SKC는 올해 들어 핵심 화학 계열사 SK피유코어, 반도체 소재 사업 계열사 SK엔펄스의 반도체 전공정 기초소재 사업을 매각하는 결단을 내렸다. 향후 3대 성장축에 부합하지 않는 비주력자산을 매각한 것인데 이에 석유화학업계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