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임원인사에서 신구조화를 꾀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4년 사장단 인사를 최소화한 반면 젊은 부사장급 인재는 적극 발탁해 ‘신구조화’에 방점을 찍었다.
새로운 사업기회가 열리는 동시에 글로벌 불확실성도 큰 혼란스러운 경영환경에서 경험 많은 경영진의 노하우에 새로운 세대의 창의성을 불어넣기 위한 이 회장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연말 임원 보직인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다음 주에는 매년 두 차례 수뇌부가 모여 진행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2024년 사업 계획을 논의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연말 임원인사에서 예상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인사를 발표했다.
용석우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과 김원경 DX부문 경영지원실 글로벌 퍼블릭 어페어스실장 단 두 명만이 사장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이어진 부사장 이하 임원 승진자도 143명으로 지난해보다 44명 줄었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의 투톱체제도 그대로 유지되고 주요 사업부장들도 대부분 유임되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춘 인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기남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나고 이원진 삼성전자 MX사업부 서비스비즈팀장 사장이 퇴임한 것 외에는 이른바 ‘올드맨’들 대부분이 살아남았다.
이재용 회장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조직을 크게 흔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경영진들이 삼성전자가 현재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쏟는 한편 새로운 인물들이 삼성전자의 재도약을 도모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경영진이 소기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최소 3년이란 시간은 줘야 한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경계현 사장을 비롯해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등은 모두 2025년 3월15일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이재용 회장은 대규모 인사를 실시하기에 내년이 적기라고 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는 큰 틀에서 보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신구가 조화롭게 구성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우선 용석우 사장이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을 맡게 되면서
한종희 부회장이 지던 무거운 짐을 나눠지게 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 부회장은 1년 가까이 DX부문장뿐 아니라 VD사업부장과 생활가전사업부장을 직접 겸임하고 있어 가전사업부문의 부진을 타개하는 데 집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용석우 사장의 승진으로 한 부회장은 생활가전사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
특히
한종희 부회장은 1962년생,
노태문 사장은 1968년생, 용석우 사장은 1970년생으로 신구세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영현 부회장이 맡은 미래사업기획단도 신구조화를 이뤄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먹거리 발굴에 나선다.
미래산업기획단에는 1960년생인
전영현 부회장을 필두로 1976년생인 정성택 신사업태스크포스(T/F)장 부사장과 1978년생인 이원용 SAIT 기획지원팀장 상무가 합류했다.
▲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비즈니스포스트> |
전 부회장은 반도체와 배터리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과 식견을 갖추고 전문경영인으로 삼성전자의 미래먹거리 발굴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정성택 부사장은 글로벌 컨설팅회사 매킨지앤드컴퍼니 출신으로 2022년 8월 삼성전자에 합류한 인물이다. 특히 정 부사장은 1995년 대학수능시험 및 서울대 본고사 수석, 1998년 서울대 수석 졸업의 경력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전 부회장의 사업 노하우와 정 부사장의 아이디어가 가져올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클수밖에 없다.
사장급이 책임지던 역할을 맡게 된 부사장들도 있다.
이원진 MX사업부 서비스비즈팀장 사장이 퇴임하면서 한상숙 부사장은 MX사업부 플랫폼·서비스를, 김용수 부사장은 VD사업부 플랫폼·서비스 나눠 맡게 된 것이다.
이처럼 부사장들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신기술 개발인력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이들을 장차 차기 최고경영자(CEO)들로 키우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번 삼성전자 인사는 40대 인재들이 대거 부사장으로 발탁됐고 인공지능, 반도체, 올레드(OLED) 등 차세대 기술로 불리는 분야의 전문가 위주로 승진이 이뤄진 점이 특징적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인력 확보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