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준 SK 미주대외협력총괄 부회장과 서진우 SK 중국 담당 부회장도 일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렇데 되면 SK그룹에서 오너가 인사를 제외한 부회장이 모두 물갈이 되는 셈이다.
SK그룹은 현재 재계에서 부회장단 규모가 가장 크다. 오너일가인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을 제외하더라도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는 6명에 이른다.
이는 부회장 숫자를 점차 줄이고 있는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과 대조적이다.
삼성은 2021년 말 부회장이 한 명 줄어 3명의 부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LG그룹은 5년 전 구광모 회장이 취임했을 당시 부회장이 6명이나 있었지만 현재 2명으로 줄어들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1년 말 윤여철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전문경영인 부회장단이 해체된 상태다.
SK그룹은 지난 15년 동안 재계에서 가장 빠르게 사세를 확장해왔다.
최태원 회장이 1998년 9월 회장으로 취임 한 뒤 SK그룹의 자산 규모는 32조8천억 원에서 2022년 기준 327조3천억 원으로 약 10배 증가했다. 재계 순위도 5위에서 2위로 껑충 뛰며 그야말로 고속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이와 같은 성장에는 최 회장 뿐만 아니라 전문경영인들의 역할이 컸고 이와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부회장 승진자도 어느 때보다 많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SK그룹의 부회장들은 모두 6년 전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으며 SK그룹의 양적 성장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들이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상황이 수축 국면에 접어들면서 SK그룹도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출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2018년 SK의 베트남 마산그룹 및 빈그룹 투자, 2020년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 등 경기가 좋았을 때 무리하게 진행했던 투자 결정이 최근 SK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만큼 더욱 신중한 결단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SK그룹 기존 전문경영인들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태원 회장이 올해 10월 ‘2023 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7년 만에 ‘서든데스(돌연사)’를 거론한 것도 이와 같은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부회장단을 축소하며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50대 경영진들에게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1965년생인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만약 박정호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다면 단독 대표이사로서 SK하이닉스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곽 사장은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SK하이닉스의 첨단공정 개발을 주도해온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