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지주 새판짜기에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징계가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박정림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 겸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향한 금융당국의 고강도 징계가 예고되면서 KB금융그룹의 연말 인사 변수가 더욱 많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동철 부회장과
허인 부회장이 사임한 데 이어
박정림 사장의 연임 혹은 중용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기존 KB금융의 4개 비즈니스그룹 체제 전반을 손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24일 KB금융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박정림 사장은 현재 KB금융 내에서
양종희 회장 다음으로 무게감 있는 현직 인사로 꼽힌다.
윤종규 전 회장은 현역 시절
양종희 이동철 허인 3부회장과
박정림 총괄부문장을 통해 그룹사업을 크게 4개의 비즈니스그룹으로 나눠 운영했는데 현재 박 사장만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 박정림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 겸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향한 금융당국의 고강도 징계가 예고됐다. |
부회장 3인 가운데
양종희 부회장은 회장에 올랐고 나머지 부회장 2명은 21일 양 회장 취임에 맞춰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 사장은 KB금융이
양종희체제 아래에서 부회장직을 유지한다면 부회장 승진 1순위에 꼽혔던 인물이기도 하다.
박 사장은
양종희 회장을 제외한 현직 가운데 유일하게 이번 회장 선임 과정에서 숏리스트 6인 안에 들었다.
KB금융에서는 그동안 회장 선임 과정에서 숏리스트 안에 든 내부 인사들은 대부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양종희 회장과
이동철 허인 전 부회장 모두 이 같은 경로를 거쳐 부회장에 올랐다.
박 사장은
양종희 회장 취임 뒤인 22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고객 대상으로 열린 투자 콘퍼런스인 ‘KB Investor Insights 2024’에도 양 회장과 함께 참석하며 신뢰를 확인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연말 인사에서 박 사장이 장기간 이끈 KB증권 대표에서 물러나더라도 지주나 은행에서 중책을 맡게 될 가능성을 높게 바라봤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고강도 징계가 예고되면서 사실상 현직 금융사 임원 자리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라임사태 등과 관련한 증권사 CEO의 제재를 결정하는 정례회의를 앞두고 박 사장에게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직무정지’ 징계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이르면 29일 정례회의에서 제재안을 확정하는데 직무정지 제재가 확정되면 박 사장은 연임은 물론 향후 최대 5년 동안 금융사 취업 자체가 제한된다.
박 사장 제재안이 29일 정례회의에서 확정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기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징계가 예고된 만큼
양종희 회장이 박 사장을 그대로 중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 사장이 제재 확정 이후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징계의 정당성을 법원에 묻는 행정소송을 통해 자리를 지킬 수도 있으나 상생금융, 공매도금지 등 최근 높아지고 있는 금융사를 향한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를 놓고 볼 때 이 역시 쉬운 선택은 아니다.
박 사장의 연임이나 중용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셈인데 이에 따라
양종희 회장 역시 박 사장 중용 카드를 잃으면서 취임 뒤 염두에 두고 있던 인사나 조직재편의 주요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KB금융은 현재 11개 계열사 가운데 9곳의 대표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임기가 끝나 연임 혹은 새 대표 선임 등의 인사가 필요하다.
KB금융은 그동안 주요 계열사 대표를 바꾸더라도 기존 대표를 지주에서 중용하며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안정적 인사 흐름을 보였다.
금융권에서는 양 회장이 이제 막 취임한 만큼 이런 흐름을 이어가 계열사 대표 인사 과정에서 임기 만료에 따른 변화를 시도하더라도 최대한 안정성을 추구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이미
이동철 허인 부회장이 떠나면서 생긴 공백을 채우기 위한 인사 혹은 조직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오랫 동안 자본시장부문을 총괄했던 박 사장 카드마저 사라지면서 변화의 폭이 커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셈이다.
양 회장은 취임사에서는 현장 영업 중심의 조직을 갖추고 성과를 중시하는 인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그룹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영업을 담당하는 현장직원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며 “열심히 일한 직원들이 정당하게 대우받는 기업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