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4월 진행된 하나금융그룹 리더를 위한 시네마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하나금융 사보> |
[비즈니스포스트]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에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하나금융지주가 함 회장의 비은행 부문 강화 의지에도 은행 부문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3분기 기준으로 하나은행이 하나금융지주 전체 순이익 9570억 원에서 96.9% 비중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전체 순이익에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차지하는 비중이 72.5%, 77.0%라는 점과 비교하면 하나금융지주는 은행 의존도가 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 전체 순이익에서 하나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1분기에는 전체 순이익의 88.0%가 하나은행에서 나왔고 2분기에는 하나은행의 순이익 비중이 94.5%까지 높아졌다.
하나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가 높아진 배경에는 은행 부문 성장뿐 아니라 비은행 부문의 실적 부진이 함께 작용했다는 점에서 함 회장의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할 때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을 목표로 내걸고 글로벌 위상 강화, 디지털 혁신과 함께 비은행 강화를 하나금융지주의 핵심 성장 전략으로 꼽았는데 비은행 부문은 오히려 상황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2조9779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으로 기록했으나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최근 8년 기준으로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금융지주가 집계하는 비은행 부분 기여도는 2016년 20.0%에서 2021년 32.9%로 크게 높아졌으나 2023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12.8%로 절반 넘게 떨어졌다.
함 회장으로서는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이 더욱 절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내년 금리인상 흐름이 멈추는 등 영향으로 은행 부문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을 빠르게 강화해야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2024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은행업 업황을 “지난 5년 중 가장 낮은 성장성과 치열한 은행 사이 경쟁을 보일 한 해”라고 요약했다.
함 회장은 하나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우선 비은행 계열사에 자본을 적극 투입하는 전략을 취했으나 이것만으로는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을 크게 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함 회장은 취임 뒤 가장 먼저 비은행 계열사의 ‘맏형’인 하나증권(옛 하나금융투자에 5천억 원을 출자했으나 하나증권은 오히려 증시 부진 등의 영향으로 2022년부터 부진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하나금융지주 스스로도 약점으로 인정하는 카드와 보험사업 부문은 인수합병 전략 말고는 덩치를 단기간에 키울 방법이 딱히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함 회장이 ABL생명, 동양생명 등 시장에 나와 있는 보험사 매물을 적극 살펴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나금융지주도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와 관련한 인수합병 의지를 꾸준히 보이고 있다.
양재혁 하나금융지주 최고전략책임자(CSO) 상무는 27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비은행 포트폴리오에서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연금보장, 자산운용, 자본시장에서 열위한 면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의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양재혁 하나금융지주 최고전략책임자(CSO) 상무는 27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비은행 부분의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새 영역으로 업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함 회장이 인수합병에 나서기 전에 자본확충을 먼저 추진할 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자본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위해 신종자본증권 등 발행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 출자여력을 보여주는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2분기 기준 125%로 금융당국의 규제수준인 130%를 밑돌지만 낮은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최근 하나캐피탈과 하나에프앤아이에 자본을 투입하기로 한 만큼 자회사 출자여력은 더욱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지주의 6월 말 기준 자본총계는 18조6천억 원 정도로 자회사에 최대 24조3천억 원까지 출자할 수 있는데 6월 말까지 출자한 금액은 23조3천억 원 정도로 이미 출자 여력이 1조 원을 밑돌았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하나캐피탈과 하나에프앤아이에 각각 2천억 원, 1500억 원 자본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