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백신업체들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mRNA분야는 코로나19를 시작으로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을 계기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백신을 넘어 암 치료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 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백신업종에서 mRNA 백신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202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커리코 커털린 바이온텍 수석부사장(왼쪽)과 두르 와이즈먼 미국 펜실베니아대 교수(오른쪽). <연합뉴스>
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백신 분야에서 mRNA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mRNA는 RNA의 일종으로 바이러스의 유전정보가 담겨 있다. 인체 내 단백질을 생성하는 공장에 설계도를 전달한다. 이런 원리를 기반으로 mRNA 기반 백신은 체내 면역체계 형성에 필요한 항원 단백질의 설계도를 세포에 전달해 인체에서 스스로 항체를 형성해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게끔 한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 글로벌 빅파마인 화이자와 모더나 등에서 코로나19 백신으로 처음 상용화하면서 mRNA 기술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두르 와이즈먼 미국 펜실베니아대 교수와 커리코 커털린 바이온텍 수석 부사장도 mRNA 백신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mRNA가 어떻게 면역체계와 상호 작용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꾼 획기적인 발견을 통해 현대 인류 건강에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였던 시기에 전례 없는 백신 개발 속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두 과학자는 2005년 발표한 논문에서 mRNA를 사람에게 직접 투여할 때 일어나는 염증 반응을 화학적 변형을 가해 억제하는 방법에 대해 발표했다.
사실 mRNA는 1980년대부터 세포 배양 없이 시험관에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mRNA 백신 관련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불안정해서 인간 몸속에서 특정한 효능을 안정적으로 발휘시키기 위한 정확한 방법은 알지 못한 상태였다.
현재는 백신을 중심으로 mRNA가 상용화되고 있지만 현재 꾸준히 항암제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이즈), 말라리아 등 다양한 치료제로도 연구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글로벌 인더스트리는 mRNA 백신 시장 규모가 2021년 649억 달러(약 88조 원)였지만 연평균 11.9%씩 증가해 2027년에는 1273억 달러(약 173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서는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백신업계를 중심으로 기술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 GC녹십자 전경.
대표적으로 GC녹십자는 내년 mRNA 독감백신의 임상1상을 목표로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캐나다 바이오 기업 아퀴타스로부터 지질나노입자(LNP)기술 도입계약을 확정한 바 있다.
지질나노입자는 나노입자를 체내 세포로 안전하게 운반해 mRNA 가 작동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mRNA 기반 약물 개발에 있어 핵심적 기술로 꼽힌다. 특히 아퀴타스의 LNP기술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에도 적용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GC녹십자는 mRNA 백신 생산을 위해 설비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기존 독감백신을 생산하고 있는 전라남도 화순 공장에 mRNA 시생산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15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백신 및 바이오 분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2조4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특히 인수합병 등 외부적 요인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비유기적 성장 전략을 통해 국내외 기업과 mRNA 백신 개발을 위해 핵심기술인 5프라임캡핑, LNP, 변형 뉴클레오시드의 도입 및 공급계약도 마쳤다.
이뿐 아니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 전세계 백신 개발회사를 대상으로 추진한 ‘신종 선별 풍토성 감염병 RNA 백신 플랫폼 기술 및 백신 라이브러리 개발’ 지원과제에 선정돼 일본뇌염과 라싸열 바이러스에 대한 mRNA 백신 플랫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우선 4천만 달러를 지원 받아 mRNA 백신 플랫폼 연구과제 2건에 대한 임상 1/2상까지 진행하고 추가로 1억 달러를 지원받아 임상3상 및 허가를 추진할 예정이다.
바이오벤처로는 에스티팜이 바이오 플랫폼 기술인 ‘캡핑’ 기술과 LNP 약물 전달체 기술에 대한 상표를 출원하고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mRNA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면서 국내 기술력 확보 우려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예산결산 심사자료에 따르면 2024년 R&D 예산에서 보건복지부의 미래성장 고부가가치 백신개발, 백신 기반 기술개발, 신속범용백신기술 개발 예산 등 mRNA 기술 관련 예산은 올해 277억 원에서 내년 51억 원으로 80% 이상 줄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그나마 대기업들은 기존 연구개발이나 다른 사업 등을 통해 연구개발비를 충당할 수 있지만 바이오벤처의 경우 예산 삭감 등에 따른 어려움이 클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에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mRNA 백신 관련 정부 투자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