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원 김동선, 누가 먼저 면세점사업 궤도에 올릴까  
▲ 박서원 두산 전무(왼쪽)와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

박서원 두산 전무와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이 면세점사업의 총대를 메고 그룹의 신사업을 키우는데 매진하고 있다.

두산그룹과 한화그룹 모두 유통업 기반을 갖고 있던 기업이 아니지만 오너가 3~4세를 전면에 내세우며 면세점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 재계 이단아 대 모범생

24일 재계에 따르면 박 전무와 김 팀장이 두산그룹과 한화그룹이 신성장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면세점사업에서 활발한 경영행보를 하고 있다. 

박 전무는 박용만 두산그룹 전 회장의 장남인데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로 꼽힌다. 시원한 민머리와 팔뚝에 새긴 다양한 문신 등 톡톡 튀는 외모로 주목을 받는다.

국내 재벌가 오너 후계자들과 달리 경영수업을 거치지 않고 ‘광고인 박서원’으로서 독자행보를 걷다 뒤늦게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반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 팀장은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이다. 미국 다트머스대 지리학과를 졸업했으며 승마선수로 최근 브라질 리우올림픽 국가대표로 나설 정도로 다재다능한 면모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2014년 한화건설 매니저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두산그룹과 한화그룹은 그동안 유통업에서 크게 강점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나란히 신규 시내면세점사업에 진출해 신성장동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두 그룹의 오너 3세 혹은 4세인 김 팀장과 박 전무의 경영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재계 이단아와 모범생 이미지가 강한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먼저 업계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면세점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을지 주목된다.

◆ 김동선, 상품구성(MD) 강화에 온힘

갤러리아면세점63을 운영하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주가는 24일 전날보다 29.89%(1만1850원) 오른 5만1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그룹 차원의 지원 기대를 받아 주가가 상한가로 뛰었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김동선 팀장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면세점 태스크포스팀 과장을 맡아 그룹 차원의 지원에 힘을 싣고 있다. 그는 특히 상품구성(MD)을 강화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서원 김동선, 누가 먼저 면세점사업 궤도에 올릴까  
▲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
김 팀장은 갤러리아면세점63 프리오픈 기자간담회에서 “면세점사업에서 역할은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고 배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명품 톱5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갤러리아 면세점의 특징을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7월 정식개장 때까지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이른바 3대 명품을 입점하는 데는 실패했으나 골든구스, 스테파노리치, 로너런던, 꼬르넬리아니 등 4개 명품을 갤러리아면세점63에 단독 입점하는 데 성공했다.

김 팀장은  4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의 총괄회장이 방한했을 때도 직접 만나 브랜드운영 등에 관해 의논했다.

김 팀장은 올해 27세인데 큰 형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작은 형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함께 그룹 신사업을 맡아 경영능력을 시험받고 있다. 김동관 전무는 태양광사업을, 김동원 상무는 핀테크 사업을 이끌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형제들이 모두 신사업을 이끌며 경영 시험대에 오른 만큼 김 팀장이 면세점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 그룹내 입지도 탄탄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도 면세점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김동선 팀장과 함께 정식 개장 전날 갤러리아면세점63을 방문해 마무리 점검을 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여의도 63빌딩 내 인프라를 활용해 갤러리아면세점63이 관광면세점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프리오픈 이후 아직까지 성적은 신통치 못하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올해 상반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294억5934만 원, 영업손실 43억1738만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55.2% 늘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하지만 정식 개장 이후 매출이 하루 평균 8억 원 수준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회사는 3분기 안에 하루 매출 10억 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박서원, 차별화된 한류콘텐츠로 승부

박서원 전무는 심야영업과 한류콘텐츠로 두타면세점의 승부수를 던졌다.

경쟁 업체들은 밤 9시면 영업을 끝내지만 두타면세점은 365일 오전 10시30분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 심야시간 쇼핑고객이 많은 상권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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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서원 두산 전무.
전체 매출에서 밤9시 이후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이를 정도로 심야영업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대문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해 한류 스타 송중기씨를 모델로 내세우고 면세점 한개 층(D3)을 아예 ‘태양의 후예 한류관’으로 꾸몄다.

박 전무는 두타면세점만의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인테리어와 마케팅 등에서 차별점을 만들어내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두타 면세점으로 올라가는 건물 입구에는 심야에 쇼핑을 즐기는 ‘올빼미족’을 상징하는 핑크색 올빼미 조형물을 세워두는가 하면 개방형 천장과 거울을 활용한 인테리어로 좀 더 탁트인 느낌을 줬다.

광고인 출신답게 두타면세점 개장 전부터 준비 상황은 물론 개장 후 모델 송중기가 출연한 홍보용 웹드라마 등을 개인 SNS를 통해 공개하며 두타면세점 홍보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서원 전무 역시 직접 명품 브랜드업체와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등 상품구성을 강화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4월 샤넬과 루이비통 프랑스 본사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타면세점은 신규 시내면세점 업체들 가운데 가장 늦게 개장을 한 데다 아직 완전개장을 한 상태도 아니어서 하루 평균 매출이 4억 원 대로 시내면세점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박 전무에게 두타면세점 성공 여부는 그룹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중요한 방향타가 될 것으로 재계는 바라본다.

박 전무는 그동안 광고업계에 종사하다 면세점사업을 맡으며 두산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면세점사업이 그룹에서 그의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첫 시험대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정원 회장이 취임하며 두산그룹에 4세 경영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며 “늦게 그룹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박 전무가 그룹에서 입지를 다지려면 면세점 사업을 궤도에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에는 현재 4세 경영인들 대부분이 주요 계열사에 포진해 있다. 두산가 장자인 박정원 회장과 박서원 전무를 포함해 모두 9명의 오너가 4세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